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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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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2214632131.jpg : 엄마가 뜨던 세월이 내게도 생겼다20140612214723635.jpg : 엄마가 뜨던 세월이 내게도 생겼다



어린 시절 찍은 사진 중에 연분홍 손뜨게 옷을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엄마 이 거 산거야 뜬 거야.."

"야.. 내가 일하고 밤마다 떠서 니 입힌 거 아이가...이거 뿐이가?

니 오빠 잠바도 모자도 목도리도 내가 다 안떠줬나. 졸면서 실도 많이 빼묵었재"

정말 바쁘셨다. 큰 건어물 가게를 시장 안에서 지키기는 것은 엄마를 참 바쁘게 했다.

기억해보면 엄마 무릎에서 누워 한 줄 한 줄 모양을 갖춰가는 길고도 느린 손뜨게 작업을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잠 든 적도 있고, 양은 주전자 주둥이로 길게 품어져나오는 뜨거운 김에

꼬불대던 실을 풀어 감았던 기억도 있다.


엄마를 바쁘고 지치며 무겁게 했던 삶의 무게 속에서 뜨게질은 또 다른 일거리가 아닌

잠시 모든 시간을 멈추게하는 유희...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특권인 '이름짓기'놀이가 아니었을까

인간은 창조된 모든 것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그것이 가진 특별한 존재의 의미를

깨달으면 존재를 함축해주는 '이름'을 지어준다.

하나님은 무에서 유를 만드신 창조주이시라면 하나님께 특별한 창조의 의무를 부여받은 인간은

하나님이 만드신 유에서 또 다른 창조를 이루어가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위대한 발명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엄마는 하나님을 알지도 믿지도 않았지만,

마음 속에 일어나는 수많은 근심과 아픔, 두려움을 하나님이 부여해주신 '이름짓기놀이'를 하며 잠시 잊으셨다.

그 순간만큼은 오후 내내 몸에 들어붙어 있던 피곤도 내일 해야할 수만간지의 일들도 방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엄마는 삼남매 몸에 딱 맞는 옷들을 만들며 입히는 순간 잠시나마 무겁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웠으리라...


나도 어느새 '이름짓기 놀이'에 열중할 나이가 왔다.

빵도 만들고 요리도 하면서 충분히 놀만큼 놀았다 생각했는데,

바늘을 쥐면서 또 다른 창조의 기쁨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나이였을 그 때 그 시절 젊은 엄마의 근심과 걱정,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내 맘을 아린다.

엄마가 뜨던 세월들 그 의미와 무게를 조금은 이해하고 알 것 같다.

엄마가 뜨던 세월들이 내게도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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