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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2014.07.15 10:32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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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1.jpg : 자전거

 

20불주고 삐그덕삐그덕 대며 얼굴을 내미는 자전거를 샀다.
 

5시.. 세 여자와 한 남자는 자기 자전거를 손에 잡고 기분 좋은 동네 돌기를 했다.

봄이 주었던 푸르른 첫 인사를 오늘 다시 보았다
얼굴에 가까이 다가와 '후후' 콧소리 내며
이제 소녀를 품은 여인이 되어 웃음 짓는 여름을 만난다.

눈을 들어 구름이 가는 속도를 따라해보고
손가락 사이로 바람 살결도 건드려본다.
그리곤 혼자 웃는다.

나는 지금 이 순간 살아있구나..

내게 여유로워지는 나이듦의 선물
그 시간을 함께할 친구가 생긴 것이다.
낡아 여기 저기 손봐야할 것 투성임에도 불구하고
기특하게 통통 바퀴 팅기며 내 손을 꼭 잡아 준다.

참 좋다...

다른 수천가지 표현의 유혹보다
참..좋다..만큼 지금 이시간을 표현할 방법이 달리 없다.

자전거 타는 것이 이리 즐거운 것인걸
왜 아무도 내게 진지하게 이야기해주지 않았지?
 

내 아이들은 어느새 나를 달려 저 마치 지나가고
난 또 그 뒷모양새 보며 잠시 내려 늦장 부려본다.


등을 두드려줘야할 시간..
가끔 비보다 빠른 손가락 마디의 통증처럼
내게도 조금씩 열심과 성실로 살았던 삶의 흔적들이 생겨나고 있다.

녹슬고 여기 저기 소리를 내는 자전거에 긴 시간을 본다.
누구를 거쳐 여기에 왔을까...

다행이 혈기도 줄어들고 욕심도 멋적은 나를 만나
느릿느릿 기웃기웃 삐것삐것
그간 지나치며 놓쳤던 풍경 맘껏 담아낸다.

아주 아기일 때 인형도 의자도 밥그릇에게도 이야기하며
마치 생명이 있는 존재마냥 귀히 여겼던 시기가 있었다.
내 곁에서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었던 사물들은 때로 나에게 말을 걸고
자주 다가와 나처럼 생각하고 웃고 울고있음을 귀뜸해주었다.
다시 나에게 닿여 있는 사물들과 낯 간지러운 대화가 끊이지 않는 때로 돌아간다.

자전거야..자전거야....
만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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