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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2016.05.15 21:00

별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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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윤동주의 시 '별헤는 밤'을 틀어놓고 가만히 따라해 본다.

어린 시절 친구와 내 기억 속에 있는 작은 동물들과 내 마음을 만져준 작가의

이름을 떠올려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였나.....

 

그러나 결국... 감상적이고 미소짓게 하던 별들 속의 추억들이

어머니라는 구절에서 먹먹함으로 막히고 만다.

어머니...어머니.... 항상 그리움 끝에는 어머니가 있다.

 

오랜 만에 딸의 안부를 묻는 어머님께 송구하고 죄송스런 마음 가득하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항상 잘 이행치도 못하는 인사치례를 한다.

" 엄마... 항상 엄마 생각하며 기도해요. 건강하시고...늘 행복하셔요."

그냥 '그래라' 하시며 넘어가셔도 좋으련만 오늘은 목소리에 잔득 힘을 주시곤

"나는 내 딸 위해 기도할테니..너는 네 딸 위해 기도해라"하시며 전화를 마치신다.

 

어머니는 그리움으로 살지 말라 하신다.

네 눈 앞에 있는 꿈 같은 딸들 보며 행복하라 하신다.

어머니는 그렇게 그리움으로 애태울 딸의 힘든 시간 조차도 허락하지 않으신다.

내 기억의 많은 별들..그 끝자락에 가슴을 흔드는 어머니 별이 오늘도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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