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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시내집이야기 34-시현님 탄생일

2015.04.16 09:22

김경민 조회 수:339

'4월 15일은 시현님의 탄생일 입니다.'
생일상을 앞에 두고 기뻐하는 시현이를 보면서 시내와 제가 했던 말입니다.
시현이는 자기 생일이 끝남과 동시에 내년에 있을 생일을 위해 날짜를 카운트다운 합니다.
정말이지 지난 1년 간의 시간은 오직 4월 15일 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시현이 입을 통해 우리 머릿 속을 채웠드랬습니다.

시현 왈: 엄마!^^ 내 생일 4달하고 20일 남았어....
이제 2달 밖에 안 남았어..
엄마! 다음달 15일은 수요일인데 다들 바쁠텐데 다른 요일 정해서 외식할까?
엄마! 내 생일 선물은 해드폰이랑 모자야 ..그런데 딴 거 해도 괜찮아..예를 들면 해드폰이랑 비슷한 이어폰이라든지..ㅋㅋㅋ

참 상황에 관계없이 정말 뜬금 없는 '자기 생일 상기 작전'은 1년을 꽉 채웠고 야무지게 진행되었습니다.
무뚝뚝한 아빠 조차도 긴장하며 자의로 쇼핑을 제안하는 변화를 유도했으니... 시현이의 생일을 향한 갈망은 인정해야합니다.
11학년이 되어서 과제도 많고 시험도 많은 시내는 짬을 내서 케익재료를 사고 숙제를 끝마친 10시가 넘어서 케익을 만드느라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우리가족은 생일파티를 뻐쩍지근하게 하는 타입도 아니고 그야말로 의무적이고 형식적인 축하를 주고 받는 멋없는 가족인데 시현이는 정말 외계인 같이 특이합니다.

올 해도 4월이 돌아왔고 15일이 돌아왔습니다.
온 가족은 기분좋은 긴장감을 가지고 시현이를 위한 선물을 사고 케익을 만들고 생일 축하 외식을 했습니다.
이미 선물도 케익도 시현이가 정했으니 정말 재미없는 생일을 보낼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선물을 뜯으면서도 기대와 긴장으로 1센티씩 열어가며 맞이할 순간을 즐깁니다.
남편과 저, 시내가 참다 못해 빨리 뜯으라고 소리를 지르기까지 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리고 엄마가 만든 미역국도 언니가 만든 커피 치즈케익도 '만끽'합니다.
덕분에 본인 생일 때는 느끼지 못한 기다림 끝에 주어진 생일의 설렘, 기쁨을 남편과 저 그리고 시내는 누려봅니다.

'오늘도 무사히...'
김시현님의 탄생일이 저물어 갑니다.
그런데 시현이 생일이 다가올 때 생긴 어마무시한 부담은 어디가고 되려 섭섭함이 생기는 건 뭘까요.
15일 밤이 다 가기전에 무언가를 더 해야할 것 같은 맘이 드는 걸 보고 소르라치게 놀랐습니다.
김시현님에게 세뇌당한 것인가요? ㅋㅋ

그런데 저는 그 아이를 보며 자기애가 충만한 자기 중심적인 아이로 자랄까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만드신 하나님께 무한 감사와 기쁨을 표현하는 사랑스런 모습으로 자라길 기대해봅니다.

그렇게 매일 하루 하루를 무언가를 기다리는 느낌은 얼마나 기분 좋은 느낌일까요?
자기 자신 뿐 아니라 그 기다림을 채워줄 이도 함께 설레고 행복할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 기다림이 다른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향한 하루 동안의 관심과 사랑이라며 사랑스럽게 괴롭히며 조르는 그 아이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까요?
매일 생일을 허락하실 하나님과 함께 살아갈 시현이를 축복합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갈망하고 기다리는 시현이가 되어서 하나님을 기쁨으로 긴장시키길 기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