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시내와 시현이네

시내집이야기32 -콜~~~~

2008.06.04 10:10

김경민 조회 수:870

강호동이가 나오는 일박이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참 즐겁다.

주일날 컴터에 옹기종기 앉아서 일박이일을 시청하는 재미가 아주 솔솔하다.

덩치 큰 강호동께서 눈을 부라리며 '승기야'라고 부르는 것도 재미있고,

6명의 어른 아이들이 뒹굴며 서로 '콜~~'을 주고 받으며 노는 모양을 보고 있자면

꼭 내가 그 화면 속에서 엉겨 웃고 뛰노는 것만 같다. 대리만족이랄까^^

그러나...

여기까지~~이여야하는데,

늘 그 프로그램의 여운이 우리들의 눈을 부라리게하고

콜~~을 불르며 뛰어다니게 한다.~~

 

{Mingwha}

윈저 촌동네에 유일한 소망인 중국뷔페집이다.

도로에서도 확연하게 보이는 저 간판을 우리 참새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10년동안 반복말하기와 우기기로 달인의 경지에 오른 우리 시내가 밍와를 발견하고 흥분하기 시작했다.

시내왈:엄~! 엄! 밍와다.
            우리 밍와가자. 저기에서 밥먹자. 엄! 엄
이~

엄마왈: 시~ ! 시꺼러~~~

시내왈: 반복 반복 반복 -_-;;;;

뭐 반복적으로 말하기와 우기기의 달인께서 여기서 멈추면 안되겠지.

그러나 창가에 입을 꼭 다물고 숨죽이고 있던 시현이가 움직였다.

시내가 외식을 외치자 시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밍와가를 외치고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가 안돼를 외쳤다.

꼭 리듬박스처럼 약 10분간을 리듬을 타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소음을 너무나도 싫어하는 아빠가 한마디 꽥 외치면 끝날 일이었는데 아빠는 어느새 그 리듬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시내: 외식!    
시현:밍와 가!
엄마:안돼!

이런 집이 또 있을까... 나는 가끔 우리 집과 비슷한 집이 있는지 찾아보고 싶다.

역시 오늘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도 꼭 나여야만 한다.

엄마왈: 조용히 해!!!  알았어. 내가 졌어. 
           
엄마의 성격을 잘아는 딸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또 그렇게 숨죽여 있는 모습을 보니 측은지심이 들었다.

엄마왈: 시현! 시내! 밍와가 그렇게 가고 싶어.

아이들:네에~~

엄마왈: 그래 담에 가자 ㅋㅋ


우기기의 달인이 일박이일을 보면서 한가지 달인연습을 더 하고 있는데,

콜~~놀이다.  그럴듯한 제안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두 가지 달인의 경지에 오른 시내로서는 한가지가 더해지면서 더 강해지고 더 얄미워졌다.

시내왈: 엄마 그럼.. 밍와 가면 내가 하루에 책을 4권씩 읽고 매일 일기를 쓸게.

            어때... 진짜라고~~

엄마왈: 어쭈 !!웃기시네~~

시현왈: 나두 밍와만 간다면 해볼게.

엄마왈: 시현이까지.. (엉~~돈이 문제인가 좋았어^^)

           콜 ~~~~
       
           그럼..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한달간 TV금지! 어때?

아이왈: 콜~~~~


그..리..곤

우리 모두 배터지게 묵었다.

오랜만에 기름기로 범벅이 된 음식들을 위 속에 차곡히 차분히 정성스레 넣고 돌아오는 길이 행복했다.


그..러...나

늘 여기까지!!

시내는 8시가 넘어가는데.. 책을 보지 않는다.

시내는 9시가 넘어가는데.. 일기를 쓰지 않는다.

시내는 10시가 되었는데.. 숙제도 마치지 못했다.

그리곤 침대에 뒹굴며 하는말~

"엄마 한달동안 TV 못보겠다앙..음냐.."

우이씨~~그렇게 빨리 포기할 거였어? 혹시 이것도 계획이었어? 너 지금 나 같이 순진한 엄마를 속인거야?

10살 밖에 안된 우기기와 반복달인에게 나는 또 속....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들 방에 불을 끄러 문을 열자 대자로 누워있는 시내가 보였다.

미운놈 !! 그래도.... 너의 그 재치가 마음에 든다. 그 밝음이 좋다.

이번엔 시현이... 시현이는 이불도 제대로 덮지 않고 아무렇게나 누워있었다.

그런데 시현이 한 손에 ......


영어책이 꼭 쥐어져있었다. 얼마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빼곡히 영어로 가득차 있던 그 책....

그렇게 읽기 싫어하는 영어책 한권을 읽다가 잠이 들었나보다.

소리도 없이 조용히 방에 있더만..

(아직 우리 아이들은 한글로 된 책을 더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영어읽기가 느리다)

고마운 놈!! 끝까지 약속을 지키려고 나름 노력하며 저녁을 보낸 시현이가 기특했다.

그렇게 소리 소리 지르며 약속하지 않았지만,

엄마의 고마움에 잔잔히 반응해준  거다.

고맙다.. 아주 많이..

눈물이 핑돈다.
하나님께 드린 약속들이 참 많다. 얼마나 많이 콜~~을 외쳐댔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내처럼 잠꼬대하며 쉽게 포기해버리기 일수였다.

죄송해요 하나님...

다 지켜드리지 못해도 늦은 밤까지 영어책을 붙들고 잠이 든 시현이처럼

그렇게 노력하면 내게도 사랑한다 말씀하시겠지.

고맙다라고 말씀하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