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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3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까페 겨울 - 나무로부터 봄 - 나무에로에 자주 오는
심혜진 닮은 기집애가 묻는다 황지우가 누구예요?
위대한 시인이야 서정윤씨보다두요? 켁켁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라는데 그게 무슨 소리죠

아, 이곳, 죽은 시인의 사회에 황지우의 시라니 아니,
이건 시가 아니라
삐라다 캐롤이 섹슈얼하게 파고드는 이, 색 쓰는 거리
대량 학살당한 배나무를 위한 진혼곡이다 나는 듣는다
영하의 보도 블록 밑 우우우 무수한 배나무 뿌리들의
신음 소리를

쩝쩝대는 파리크라상, 흥청대는 현대백화점, 느끼한 면발 만다린
영계들의 애마 스쿠프, 꼬망딸레부 앙드레 곤드레 만드레 부띠끄
무지개표 콘돔 평화이발소, 이랏샤이마세 구정 가라,오케

온갖 젖과 꿀과 분비물 넘쳐 질퍽대는 그 약속의 땅 밑에서
고문 받는 몸으로, 고문받는 목숨으로, 허리 잘린
한강철교 자세로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틀어막힌 입으로 외마디 비명 지르는 겨울나무의 혼들, 혼의 뿌리들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 하늘에 뿌리고 싶다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다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 일수 아줌마들이
작은 쪽지를 돌리듯 그렇게 저 말가죽 부츠를 신은
아가씨에게도 주윤발 코트 걸친 아이에게도 삐라 돌리고 싶다

캐롤의 톱날에 무더기로 벌목당한 이 도시의 겨울이여
저 혹독한 영하의 지하에서 막 밀고 올라오려 발버둥치는
혼의 뿌리들, 그 배꽃 향기 진동하는 꿈이며, 그러나
젖과 꿀이 메가톤급 무게로 굽이치는 이 거리,
미동도 않는 보도 블록의 견고한 절망 밑에서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필 수 없는 나무다



황지우를 읽는다면 또한 유하를 읽을 수 있다.

누군가 유하더러 눈이 맑은 시인이라고 했다
그의 글이 나에게 또한 맑은 눈을 가진 이로 다가온다.

이게 시맞아?
이런 물음을 뒤로하고
그는 다른 언어들로 세상을 읽고 쓰고 말한다.

나 역시 세상과 다른 눈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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