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본동에 내리는 비](문학과지성사, 1988) 중에서 

돌아가라
돌아가라
펑펑내리는 눈 맞으며 금강에 서면
고향 저녁 안개 속으로
빈 들녁은 저물어 가고


나는 많은 것을 버리며 살아 왔지만
고향 강만큼 낮게 흐르지 못하고
뒷뜰에 감나무 처럼 허허허 굽어 웃지 못했다.


슬금 슬금 완행 열차만 서는 곳이지만
할머님은 돌아 가시고
객지에서 돌아온 경운이형도
다시 객지로 돌아갈 채비만 한다


잡풀사이로 부는 강바람을 따라
나는 또 어디로 돌아가라고
자꾸만 내려 쌓이는가


눈
눈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