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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ssion - 김영민교수의 글에서

2006.07.04 10:53

폭우 조회 수:703

이 영화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처럼 보이는 주제는 비교적 선명하다.
넓게는 '사랑의 해석'에 대한 문제, 보다 구체적으로는 '신부의 길'등으로
명칭할 수 있을 듯한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영화의 말미에서 극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의 양상,
특히 원주민들을 몰아내기 위해서 총검을 앞세우고 밀려드는
식민주의자들의 忠良한 군인들에 대한 상반된 태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 영화의 나래이터 격인 주교는 애초에 교회권과 선교의
거시적 손익계산서에 따라서 결국 제국주의자들을 대변하게 되고,
원주민들과 신부들에게 마을을 버리고 숲으로 돌아갈 것을 명령한다
- 이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변하면서.

그러나 원주민들은 애써 가꾸어 온 고향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신과 자신들만의 땅'을 침탈하는 적들에 항거할 것을 결심한다.

이에 주교는 신부들은 관여하지 말 것과 떠날 것을 지시하지만,
신부들은 마치 당연한듯이, 마치 양심의 고동을 조절하는 신의 영감이
그들 공동체의 한 회로 속을 관류하기라도 하듯이,
주교의 지시를 선선히 무시한 채 원주민들과 생사를 같이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그러나 문제는 '원주민들과 생사를 같이 하는 방법'에 있었다.
원주민을 돕는 방법에서 가브리엘과 로드리고는 첨예하게 대립함으로써
이 영화의 大尾는 극적인 용트림을 시작한다.

가브리엘 신부는 자신이 고집하는 '신부의 방식'을 지키며
원주민과 생사를 함께 하려는 반면, 로드리고를 위시한 다른 신부들은
총칼로써 대적하겠다는 결연한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Rodrigo : I want to renounce my bows of obedience...

Gabriel : What do you want, captain? An honorable death?

Rodrigo : They wanna live, Father. They said, God had left them, He's deserted them... Has He?

Gabriel : You should've never become a priest.

Rodrigo : But I am priest and they need me.

Gabriel : Then help as a priest! If you die with blood on your hands,
             Rodrigo, you betray everything we've done.
             You promised your life to God, and God is love!

사랑이신 하나님께 삶의 지향을 의탁하고 절대적인 복종을 서약한 신부들이 겪는 갈등은
'신부의 길', 즉 '사랑의 길'에 대한 해석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당한 침탈을 당하는 이웃을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 침탈의 총칼을 역시 총칼로써 맞상대하여 물리치는 길인가?
아니면 비폭력, 무저항으로 일관하는 종교행위의 연속인가?

칼로써 범한 죄악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구하기 위해서 신부의 길을 택했던 로드리고는,
역설적이게도 스스로가 이해한 사랑의 길을 밟기 위해서 또 다시 그 칼을 허리에 찬다.

민족주의 테러리스트 김구와 비저항 민족주의자 간디를 함께 대비시킴으로
그 긴장과 갈등의 구조가 선명해 질 수 있을까,
양떼를 싸안고 순교의 길을 재촉한 주기철 목사와
"미친 놈이 차를 몰면 그 놈을 차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하며 히틀러 암살 모의에 가담했던
본 훼퍼(Dietrich Bonhoeffer)를 맞대면 시키는 것으로
가브리엘과 로드리고의 대립을 照應시킬 수 있는 것일까? ...

다시 칼을 든 로드리고와 마지막 미사를 준비하는 가브리엘의 행위를
동일한 하나의 잣대 위에 둔 후, 어느 한 쪽의 행위를 축복하고
다른 쪽을 비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그야말로 진정한 유치증의 발현이라고 본다.

그러나 놀랍게도 가브리엘은 로드리고와의 언쟁 가운데
이미 이 언쟁의 무의미함을 간파하고 깊고 관용어린 신심의 경지를 열어보인다.
로드리고는 홀로 기도 중에 있는 가브리엘 신부를 찾아가서
싸우다가 죽을 자신을 축복해달라고 청한다.

Rodrigo : Father, I've come to ask you to bless me.

Gabriel : No... if you are right, you'll have God's blessing.
             If you are wrong, my blessing won't mean anything.
             If might is right, love has no place in the world maybe so... maybe so.
             But I don't have the strength to live in the world like that, Rodrigo, I can't bless you.

"만약 당신의 행동이 옳다면, 하나님의 축복을 받을 것이요"라고 말하는
가브리엘 신부의 태도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목숨을 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상대방의 一理와 삶의 양식을 존중하는
성숙된 신앙인의 자세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진리로써 믿고 헌신하면서도,
자신과 다른 길을 비진리라고 섣불리 매도하지 않는 삶과 여유와 人性의 성숙이야말로
어쩌면 이 영화에서 우리가 간취할 수 있는 최대의 메시지가 아닐까.

'신부의 방식'을 포기한 채 검을 들고 피의 戰場으로 달려가는 로드리고에게
"나는 당신을 축복할 수 없소"라고 밝히면서도, 자신과 다른 길을 걷는 그를
독선적으로 매도하지 않고, 그 다른 길 속에 神異하고
은밀하게 함께 걸어가실지도 모를 하나님의 걸음을 예견해보는 성숙!

검을 차고 돌아서는 로드리고에게 자신의 목에 걸고 있는
십자가 목걸이를 벗어 건네주는 가브리엘 신부의 태도는,
어쩌면 신념으로 말미암은 모든 형태의 분쟁을 해소시킬 수 있는
하나의 典範을 가리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사랑의 위대한 해석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당신이 옳다면 (당신의) 신이 축복하실 것"이라는 말과,
자신과 다른 길을 걷는 자에게 자신의 '신'(십자가 목걸이)을 건네주는 행위 속에서 사랑은
- 그것이 누구의 사랑이든, 어떻게 해석된 사랑이든 - 스스로의 불꽃 속에서 찬연히 빛나는 것이다.

칼을 잡고 죽은 로드리고, 그리고 십자성상을 잡고 죽은 가브리엘과 함께
원주민들은 무참히 학살되고 마을은 폐허로 변한다.

아직도 전장의 身熱이 가시지 않은 강가에서는
살아남은 아이들 몇몇이 노를 저어 어디론가 떠난다.

그 기억 위로 주교의 편지는, 그의 회한 어린 회상은 끝이 난다 -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그러나 실은 내가 죽었지 저 신부들이 죽은 것은 아닙니다.
죽은 자들의 정신은 산 자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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