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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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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나무 아래로 왔습니다.
나와 하나님 사이를 멀어지게하고
내 눈이 다른 곳을 향하게 한 최초의 그 장소로
다시 왔습니다.

오랜 세월을 지나 그리고 많은 삶을 거치며
이곳에 다시 섰습니다.

제 삶은 그 열매를 따는 순간을 지우고 싶은 모진 노력들로 만들어졌습니다.
열매를 따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선악과 나무 아래 선 그 순간 제 삶은 비틀렸고 상처와 아픔의 시간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부끄럽고 누추한 내 자신을 무엇으로든 가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돈이든, 명예든, 인간관계든, 사랑이든....
가리면 가릴수록 수치심은 더해갔고,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나를 끌고 다녀야했고
급기야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더 깊이 숨어야했습니다.

매일 꿈을 꿉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그곳으로 가지 말았어야했어'
'아니야. 지나갔어도 손은 대지 말았어야했어'
'뱀의 소리를 듣지 말았어야했어'
멈춰지지 않는 후회가 아침이 오는지도 모르고 계속됩니다.

마침내
내 눈 앞에 그 나무를 두신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그 열매를 만지고 탐닉할 때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는지요.하나님은 방관자이십니다.'
'수치심과 고통으로 숨어있던 나를 기어이 세상 밖으로 던지시는 하나님은 고통을 즐기시는 분입니다.'

하나님 마저 없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다른 이들의 동정입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는 스스로 피해자와 상처받은 자로 살기로 했습니다.
나에게 상처와 좌절을 주는 그 누구가 있다면 그는 정말 나쁜 사람이 됩니다.
왜냐면 난 더 이상 상처를 받으면 안되는 불쌍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 있으니 안전했습니다.

이제 수치를 가린 수많은 옷들과 안전한 방패가 있으니 저는 행복해야합니다.
그런데 무겁고 답답하고 괴로울 뿐만 아니라 수시로 안전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공격당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했는데... 전혀 안전하지 않습니다.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리곤 매일 똑같은 꿈을 꿉니다.
선악과 나무 그 아래에 서 있는 꿈을 꿉니다.

동산을 거니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다가옵니다.
수 많은 무거운 옷들과 나를 지키는 안전한 방패와 갑옷들을 벗기는 손길을 느낍니다.
처음엔 조금의 미동도 없이.. 때로는 너무 과격하고 모질어서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나는 누군가에 의해 벗겨졌습니다.
이제 내 몸에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은 수치로 가리고 있는 내 두 손입니다.
마침내 그가 내 손을 잡고 내 얼굴을 그에게로 돌리셨습니다.

"다른 건 보지 말아라.. 딸아. 내 얼굴만 구하고 나만 믿으면 된단다.
이 세상에는 너와 나 그렇게 둘 뿐이란다.
네가 보아야할 그 어떤 것고 없고
네가 신경쓰고 마음을 주어야할 그 누구도 없단다.
나만 보면 된단다."

하나님이 선악과 나무 아래에 벌거벗은 채로 다시 나를 홀로 두셨습니다.
내 바램과 갈망을 아셨습니다.
늘 이 자리로 다시 오고 싶었습니다.
내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는 보지 말고 만지지도 말고 먹지도 말아야 할
그 선악과 나무를 다시 쳐다 봅니다.
그리고 다시 그 나무를 만집니다.
그리고 다시 내 삶의 모든 시작이었던 그 행위
선악과 나무를 먹습니다.

아......
난 어쩔 수 없는 존재이구나.

비로소 깨닫습니다.
선악과나무 아래 서서 이제야 깨닫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고작 작은 열매 하나로
온 세상을 주시고 내 존재를 가능케하신 하나님을  
언제든 부인할 수 있는 죄인임을 깨닫습니다.

이젠...
이곳에 다시 서지 않아도 될 이유를 알게 됩니다.
선악과는 내가 되돌아가서 지워야할 수치심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실체를 기억나게 하는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이였습니다.
선악과 나무 아래에 설 때 비로소 나는 하나님을 보게 됩니다.
그 어떤 기대도 희망도 없는 존재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 때 그분이 보입니다.
그 사실이 나를 자유롭게 합니다.

선악과나무 그 아래에 다시 섰습니다.
하나님과 나 뿐임으로 내 벗은 몸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창조물 중에 가장 빛나는 빛이었습니다.
하나님이 가장 잘 알아볼 수 있는 가장 황홀한 빛이었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가릴 필요가 없고 가려서는 안되는 빛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만든 이 동산에 있는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아름답다라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선악과 나무 조차도 하나님의 눈부심이 됩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내 존재의 확실함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갈 것입니다.
이제 난 하나님과 그 동산 안에서 영원히 안전할 것입니다.


"지존자의 은밀한 곳에 거하는 자는 전능하신 자의 그늘 아래 거하리로다
내가 여호와를 가리켜 말하기를 저는 나의 피난처요 나의 요새요 나의 의뢰하는 하나님이라 하리니" 시편 91편 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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