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시내와 시현이네

2007.06.20 15:52

이만한 믿음

조회 수 54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랜만에 남편과 출근 길을 함께 했다.
교회 옆 너른 마당은 풍성한 나무가 찰싹이며 내는 소리에 소낙비가 온 것처럼 시원하다.
나무그늘이 깔린 잔디 길에 서 있으면 어깨를 누르던 짐도 만가지 어두운 생각도 아주 작은 먼지가 되어 날라 가는듯하다.
그리곤 자유로워진다.
분명 하나님이 여기에 계시는 것이다.
가까이에 하나님의 임재가 있음을 그 임재를 늘 지나치고 있고 까맣게 잊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나님 가까이 가면 갈수록 내 안에 있는 것들이
그리고 세상 속에 있는 것들이 아무 것도 아닌 아주 소소한 것이 됨을 느낀다.

시내가 가진 버릇 중에 참기 힘든 버릇이 있다.
아주 어렷을 적부터 무언가를 요구할 때 그것을 반복적으로 말하는 버릇이다.
그것이 손이 쥐어질 때까지는 불안하고 참기 힘든지 계속 같은 단어를 말하고 떼를 쓰는 버릇이다.
요구사항을 해결해줄 것인가를 고민할 틈도 주지 않기에 결국 화를 내거나 오기로 거절한 적이 많은 것 같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더욱 시내는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더 심하게 떼를 쓰게 된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아이의 행동이 엄마와 아빠를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다.
기도를 드리는 내 모습을 보면 시내가 되어 하나님께 반복적으로 말하고 떼를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시내의 행동들에 마음이 상할 때마다 가만 내 모습을 보면 그 모양이 내 모양임을 알게 된다.
나를 사랑하시는 그분이 늘 시내를 통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계심을 그분의 임재를 느낀다.

사람과 사람사이는 이 ‘믿음’이라는 안전한 장치를 필요로 한다.
불안하고 두려운 세상 속에 내 몸 어느 한부분을 맡기고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상대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싶다.
약하고 초췌해진 내 모습을 보고 대뜸 내 미래를 가늠하지 않고
늘 믿어왔던 그 마음 그대로 쉴 수 있는 자리 한켠 마련해주는 그런 관계는
이 ‘믿음’이라는 배경 속에 가능한 것 같다.
나도 그런 믿음을 주는 사람이 필요하며 나 또한 그런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그리고 하나님께..

성경에 나오는 사람 중에 이 믿음에 대해서 예수님의 칭찬을 듬뿍 받은 사람이 있다.
마태복음 8장에 나오는 한 백부장은 예수님께로부터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스라엘 중 아무에게서도 이만한 믿음을 만나보지 못하였노라”라는
칭찬을 받고 믿음의 대가로 아끼는 하인이 나음을 입었다.
그의 믿음은 어떠한 것이었기에 예수님의 칭찬을 들을 수 있었을까..

“예수님 내 하인이 중풍병으로 집에 누워 몹시 괴로워하나이다”

그는 사랑 많은 사람이었다.
종과 주인의 관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사람에 대한 사랑이 깊은 사람이었다.
하인의 아픔은 자신의 아픔이었고 그 아픔의 치유를 위해 예수님께로 달려가 간구할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이들의 아픔에 절절히 아파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그 아픔을 하나님 앞에 가지고 가서 간절히 기도하며 아파했던 적이 많았던가..
그리스도인의 최종 목표는 이타적인 삶이어야 한다고 나의 은사는 말씀하셨다.
사랑이 배경이 되지 않으면 특별히 타인에 대한 깊은 사랑이 없다면
하나님 앞에 그 어떤 믿음도 쓸데없음을 알게 된다. 믿음의 배경이 된 다른 이를 향한 사랑을 보신 것이다.

“가라사대 내가 가서 고쳐 주리라 백부장이 대답하여 가로되 주여 내 집에 들어오심을 나는 감당치 못하겠사오니
다만 말씀으로만 하옵소서 내 하인이 낫겠삽나이다”

성경에 병들고 아파하며 힘들어하던 많은 자들이
예수님의 만지심을 기대했고 그분이 직접 눈에 보이는 뭔가를 해 주시기를 바랬다.
그들의 믿음은 상대가 과연 어떤 분이신가에 대한 앎도 없었고 그 앎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는 힘도 없었다.
그러나 백부장 믿음은 눈에 보이는 뭔가가 아닌 자신이 알고 있는 상대에 대한 강한 확신이었다.  
예수님이 누구신지보다 예수님이 만들어주시는 빵과 고기를 먹으며 단기간의 기쁨에 술렁였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예수님의 주시는 그 무엇 때문에 예수님 그분 속에 있는 사랑과 은혜와 용서에 귀를 막았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예수님이 온 몸에 피를 흘리며 가장 비참한 십자가에 매달려야하는 순간
사람들은 잠시 비참한 그 모습을 통해 예수님의 미래를 단번에 결론지었을 것이다.
더 이상 그에게 미래는 없다.
내가 그에게 얻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아마도 백부장은 십자가에 그의 호흡이 끝날 때조차도
그분의 영광스런 미래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않았을까.. 그런 그를 보고 어찌 예수님이 칭찬하지 않으실 수 있을까.
단 하루의 삶 속에서도 예수님의 그 무엇을 찾아 떼를 쓰다가
그것이 주어지면 허겁지겁 취하였다가 이 모든 것을 허락하신 예수님을 잊고 산다.
그리곤 잠시 받는 고난 속에 예수님은 더 이상 내 안에 없다.

말씀으로만 하옵소서...
당신이 누군지 내가 알기에 직접 오셔서 수고스럽게 내 하인을 만지지 않아도 될 일임을 믿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예수님에 대한 앎이 확신이 되어 하나님께 기쁨이 되고 싶다.
예수님의 그 무언가가 아니라 그분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싶다.
예수님께 그러하듯 사람에게도 그러하고 싶다.
그 사람의 그 무엇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아는데 집중하고 싶다.
그리곤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을 힘을 주어 믿고 싶다.
그래서 잠시 나를 실망시키거나 잠시 고난 속에 방향을 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단번에 그의 미래를 결정짓지 않으리라...    

이렇게 조금씩 하나님을 알아가고 그 앎을 삶 속에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나에게도 “경민아 이만한 믿음을 내가 만나보지 못하였다. 잘했다” 하지 않으실까.



  1. No Image

    그냥 쓰세요

    황금어장이라는 TV프로가 있습니다. 일박이일을 무척 좋아하는 저로서는 강호동의 뻑뻑대는 소리를 또 듣고 싶어서라도 이 프로에 많이 끌렸습니다. 이 프로의 매력이라면 도저히 정면으로 얼굴을 대하고 할 수 없는 질문들을 초대손님들에게 마구 쏟아붇는다...
    Date2009.03.06 By김경민 Views545
    Read More
  2. No Image

    쪼그리고 앉아서 볼 것들..

    상추 오늘 씨 받았다. 상추가 배추 키를 넘어 베란다 난간에 기댈 정도로 키가 크더만, 이제는 씨를 맺고 송글송글 까만씨를 한아름 안고 있다. 손을 모으고 무슨 의식을 치르듯 가만히 씨를 모은다. 야무지게도 많은 씨를 그 작은 공간 안에 쥐고 있었다. 어...
    Date2008.09.19 By김경민 Views518
    Read More
  3. No Image

    당신이 나를 일으키시기에

    [Josh Groban] You Raise Me Up When I am down and, oh my soul, so weary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Then, I am still and wait here in the silence Until you come and sit awhile with me 내가 힘들어 내 영혼이 너무 지칠 때에 괴로...
    Date2008.05.17 By김경민 Views594
    Read More
  4. No Image

    내 눈과 귀는 정상일까

    " 너 결코 용기 잃지 말아라 주가 너와 함께 하시리니 너 결코 용기 잃지 말아라 주가 너와 함께 하시리라 너는 결코 작지 않도다 너를 위해 이루신 주님의 능력을 보라 너는 이제 약하지 않도다 네 안에 계신 주님이 세상 보다 크시니" - 어노인팅 7집 너 결...
    Date2007.11.23 By김경민 Views563
    Read More
  5. No Image

    이만한 믿음

    오랜만에 남편과 출근 길을 함께 했다. 교회 옆 너른 마당은 풍성한 나무가 찰싹이며 내는 소리에 소낙비가 온 것처럼 시원하다. 나무그늘이 깔린 잔디 길에 서 있으면 어깨를 누르던 짐도 만가지 어두운 생각도 아주 작은 먼지가 되어 날라 가는듯하다. 그리...
    Date2007.06.20 By김경민 Views542
    Read More
  6. No Image

    사모님은 누구?

    결혼하면서 남편에 대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믿음의 가정 안에서 신앙으로 자랐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도 부모님의 기도를 통해 사랑과 헌신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그러하다. 반대로 남편에게 가장 미안한 것은 내가 자란 가정이 믿음의 가...
    Date2007.03.20 By김경민 Views6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