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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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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오늘 씨 받았다.

상추가 배추 키를 넘어 베란다 난간에 기댈 정도로
키가 크더만,
이제는 씨를 맺고
송글송글 까만씨를  한아름 안고 있다.

손을 모으고 무슨 의식을 치르듯
가만히 씨를 모은다.

야무지게도 많은 씨를
그 작은 공간 안에 쥐고 있었다.

어제는 바람이 몹시 불었는데,
그 바람에도
씨를 참 잘 지켰다.

꽃이 피고 그 꽃이 솜털로 변해서
이리저리 날릴 때에도
씨를 털어 줄 생각조차 못했는데...

그간 좁쌀만한 씨를 쥐고 있느라
얼마나 조마했을까..

'톡톡' 털어도 털리지 않는 걸 보면
그간의 염려와 고생이 느껴진다.

내년 봄을 약속하며 살살 부벼 까만 씨들을 빼낸다.

제 할일을 다한 빈 씨주머니를 보고 있자니
내 마음은 왜 이리 서운할까.

2년이 지나서야 상추꽃이 어찌 생겼고, 상추씨는 어찌 생기는지 알았으니
'상추야 미안하다.. 내 무심함이 크다.'  

                                                            

                                             -------------------------상추와 보낸 6개월 시간 그 끝자락에서


쪼그려 앉아서 볼 것들이 많다.

1평 정도의 텃밭에는 부추도 있고 상추도 있고 배추까지 있다.
또 텃밭의 고운 흙이 아니더라도 그 곁에는 호박도 심겨져있다.
고것들과 만나자면 무조건 쪼그리고 앉아야 한다.

이곳 캐나다는 도무지 쪼그려 앉아서 하는 일이 없다.
서서 설겆이 하고 서서 다림질하고
아니면 의자의 힘을 빌려서라도
다리를 혹사시키지 않는다.

유일하게 쪼그리고 앉아서 만난 그들 때문에
봄에도 행복했고 여름에도 행복했고 가을에도 행복했다.

연두빛을 무진장 좋아하는 내게
봄에 봉긋이 솟은 새싹들 때문에 행복했고,
다자라 밥상 위에 오를 때도 그랬다.

그런데 이제 자기 멋대로 꽃을 피우고 씨를 맺더만
공짜로 내 손에 쥐어준 한아름의 씨 때문에 행복하다.

나로서는 공짜로 받는 씨가 부담스럽건만,
그 아이들은 쪼그리고 앉아준 수고의 답례라고 말하니
또 한번 행복해진다.

나도 하나님께 상추였음 좋겠다.
하나님 집 뒤켠에 길게 키를 세우고
주인 올 때까지 씨를 쥐고 용케견디는
상추였음 좋겠다.
그리곤 "하나님 나를 위해 쪼그리고 앉아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하고
한아름 씨를 털어드리고 싶다.
내 깨알같은 씨를 보고 웃으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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