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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2009.03.06 11:31

그냥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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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어장이라는 TV프로가 있습니다.
일박이일을 무척 좋아하는 저로서는 강호동의 뻑뻑대는 소리를 또 듣고 싶어서라도
이 프로에 많이 끌렸습니다.

이 프로의 매력이라면 도저히 정면으로 얼굴을 대하고 할 수 없는 질문들을
초대손님들에게 마구 쏟아붇는다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은 겉만 마구 돌다가 끝나는 지루한 대화에 많이 질렸던터라
주인공을 당황케하는 질문들이 쏟아질 때도 통쾌하지만,
그 질문에 진실하고 성실하게 답하는 주인공들의 인간미를 만날 때면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며칠 전에 황금어장에 원태연이라는 시인을 초청했습니다.
사실 전 이 시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친절하게도 저와 같은 사람을 위해서 자막을 통해서 몇개의 시를 읽어주더군요.

그런데.. 많이 들어 본 시들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누군가를 열심히 사랑하고 있었다면
이 시집을 한 권 들고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시는 사랑하는 사람의 설레임과 봄바람처럼 따스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시 속에서 느껴진 글만큼이나 사람도 그렇더군요.
특별히 여러 권의 시를 통해서 돈뿐만 아니라 명예도 얻은 그를 보면서
시인이 되고자하는 사람이 많았겠지요.
그래서 작가가 되고자 그를 찾아 여러 조언을 들어보려는 사람도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한번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학생에게 조언을 했답니다.

사실 저는 많이 기대했습니다.
나름의 신념과 확신이 있었기에 수 많은 오해와 질타 속에서도 견디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시를 쓰고 싶은 거예요? 시인이 되고 싶은 거예요?"

"....................."

아마 이런 도전을 받게 되면 황당했겠지요.

저에게 이렇게 묻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싶으세요? 좋은 사모가 되고 싶으세요?"

"....................-_-;;;"


그러나 그의 대답은 참 간단했습니다.

"그냥 쓰세요"

"그냥 사랑하세요"

그는 머리 속에서 돌아다니는 말들이 그냥 쓰고 싶었다고 합니다.
아마 좁은 마음 속에는 도저히 갖혀 있을 수 없는 말들이 글을 통해서 나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는 요즈음 말로 손을 오그라들게 만듭니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말들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교감하고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즐거움이었고
그것이 그의 직업이 되었고 그의 신념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시에 대해서 배우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자신이 시인들 사이에는 왕따라는 사실이
시를 쓰는 일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자유로움으로 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나는 소질이 있나라는 것을 고민하기에 앞서...
나는 어떤 시인이 될까라고 고민하기에 앞서...
시를 쓰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하나 고민하기에 앞서..
먼저 쓰는 것입니다.

난 그에게서 자유로움을 보았습니다.

성경에 보면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8:32)"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진리가 죄된 우리들에게 오면
먼저는 우리를 아주 부자연스럽게 합니다.
죄로 뛰어다녔던 터라 진리가 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합니다.
몸을 움직일 때도 마음을 움직일 때도 머리를 움직일 때도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이리저리 넘어지기 일숩니다.

그런데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이 고민하면서 걷지 않습니다.
느냥 걷습니다. 그런데 점점 하나님의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곤 뛸 뿐 아니라 결국 우리의 발이 공중에 뜨게 되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도록 합니다.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소리가 아닌 내 마음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에 순종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그 시인이 마음의 소리에 정직하게 반응하면 할수록
세상은 그 소리에 맞서서 더 큰 소리를 낼겁니다.
그러나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마음의 소리가 더 커질 것입니다.
그게 정말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소리라면 말입니다.

원태연 시인이
"그냥 쓰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내 속에 그냥 쓰지 못하게하는
옛 것들이 웅성거리며 나에게 달려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전히 내가 걸려 넘어지고 자빠지는 것은
시를 쓰려는 마음보다
시를 쓰기에 앞서 고민해야하는 것들에 내 에너지 모두를 쓰고 있었습니다.
믿음으로 순종하기보다
믿음으로 순종하기에 앞서 너무 많은 고민으로 근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냥 사랑하렵니다.
좋은 사모가 되려면이라고 고민하기에 앞서...
사랑하기 위해서 얼마나 준비해야하나 고민하기에 앞서...
나에게 얼마큼 유익이 되나 고민하기에 앞서...
그냥 사랑하렵니다.
그것이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유치하고 조롱거리가 되어도 말입니다.

황금어장의 초대 손님이었던 김건모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꿈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그는
"저는 늘 날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가
많은 이들의 비웃음과 조롱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 꿈도 나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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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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