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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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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무대는 대구다.
대구가 넓은 곳은 아니지만, 내 세상의 중심이었을 때는 그곳을 벗어나는 것을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공부를 위해 결혼이라는 새로운 인생을 위해 서울로 왔고 앞으로의 비젼을 위해 캐나다로 오다니...
상상하지 않은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결혼하기까지 아침과 저녁을 맞이했던 2층집은
산을 등지고 있어 아침과 저녁이 계절마다 아름다웠고 곤충과 새들이 내는 소리가 다채로웠다.
그러나 삶이 되어버리면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지겨워지는 법...
점점 새소리와 곤충소리, 나무들의 사각거림이 특별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것이 있었는데,
유독 내가 살던 파동에는 절들이 많았다.
산에만 있다던 절들이 버젓이 주택들 틈에 끼어 아침과 저녁에 '톡톡' 목탁소리를 냈다.
그런데 그 절의 바로 가장 가까운 곳이 바로 우리집이었다.

새소리와 곤충소리는 지겹더만 시간이 지나도 목탁소리는 거슬렸다.
그런데 우리집은 그 절에 계신 스님들과 둘도 없는 이웃이었다.
우리집은 오랫 동안 불교집안이었기에
할머님과 어머님은 절이 집 옆에 있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행복해했다.
사모인 내가 교회 옆에서 신앙생활하는 것을 행복해하듯 말이다.

그러니...
부처님이 갑자기 오시는 날이나(?), 죽으신 분을 모시거나(?), 차례를 지내는 명절이 되면
맛깔스런 음식들이 우리집 밥상에 버젓이 정말 버젓이 올라왔다.

나는 어땠을 것 같은가? 내 마음이 말이다.
.... 음 매우 잘 먹었다...부끄럽지만....

철이 들어 내 귀에 거슬렸던 그 목탁소리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내가 선 곳이 전쟁터라는 긴박한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그리고 신앙이 식욕을 이겼을 때 절음식은 더이상 반갑지가 않았다.
그 때부터 유별난 예수쟁이가 되어 미움아닌 미움을 받았다.


유별난 예수쟁이가 되고나니 못할게 없더군.
여리고성을 도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그곳을 돌며 기도하리라 생각했다.
큰 소리로 찬양과 기도문을 외우며 그곳을 지나치리라 마음 먹고 큰 소리로 시작했다가
점점 절이 가까워지면서 '톡톡'거리는 목탁소리에 눌려 이내 겁먹고 웅얼거리며 지나쳤지만 말이다.
비록 하나님 나라의 군사 중에 쫄병 정도의 믿음과 용기였지만 마음만큼은 간절했다.
"이곳에 있는 저 절이 무너지고 하나님의 성전이 세워지게 하소서"
오랫동안 기도했었다.
절보다는 하나님의 마음을 흔들고 싶었다.그렇게라도.^^

하지만....
하나님이 냉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절은 늘 건재했고, 내 마음은 더 답답해졌다.
벌써 20년이 흘렀다.

"따르릉~~"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와의 대화는 나를 참 따뜻하게 한다.

"아이구~~ 경민아 우리 이사가야겠어. 여기가 재개발되어서 큰 아파트가 세워진다네.
다들 이사갈 준비하고 있어... 어디로 가야하나 걱정이다."

우리 바로 옆집...
친근했던 바로 그 절집...
그리고 그 절에서 함께 먹고 마셨던 많은 이웃들이..
이사를 간단다. 그곳을 다 헐어야하기에 말이다.

우하하하~~~~~~
그곳이 없어지고 큰.. 아주 큰.. 아파트들이 선단다.
결국은 하나님이 용기없이 읊조리던 기도에 응답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지독하고 완전한 사랑에 손을 들었다.
꿈쩍도 안하시더만 절도 무너지게하시고, 우리 가족을 다 들어 어디로 보내시려는지....

이사간 집 옆에 큰 교회가 있기를...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교회밥을 먹고 교회 찬송소리를 듣기를...
이제부터 얼마나 걸릴지 모를 기도를 다시 시작한다.
'하나님!! 우리 가족이 간 곳이 하나님이 예비하신 성전문 앞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퉁명스럽고 요상했던 이웃집딸 경민이가 인사할게요.
안녕히 가세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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