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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2005.04.12 22:16

전염병과 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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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하는 것을 좋아한다.
농담은 도저히 내뱉기에는 뭐하고 삼키기에는 껄끄러운 것을 쉽게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간의 해소를 위한 농담이 아닌 지나친 농담들을 하고 나면 그 무게 때문에 밤잠을 설치게 할 때도 있다.
그건 정말이지 문제다.

특별히 진심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
진리에 대한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지금 내가 사는 이곳에서 진심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잘못하다가는 왕따가 되고 지겨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면서
말을 꺼내는 순간 사람들의 귀를 막게 한다.

그래서 진심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농담을 사용하게 된다.

얼마전 이야기다.
우리집에 오기로 한 손님을 맞으러 대공원 후문으로 갔고, 아이를 안고 온 손님에 대한 배려로 택시를 타게 되었다.
타는 순간 찬양의 소리로 가득찬 실내공기와
우리를 매우 아주 반가이 맞아주시는 할렐루야의 외침에 범상치 않는 택시분위기를 느꼈다.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좋지요. 기분들은 어떠신가요. 제 기분은 몹시 좋습니다. 집으로 그냥 갈 생각이었는데 하나님이 손님들을 보게 하셨고 이렇게 만나게 하신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요?"

불쾌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고 경쾌한 목소리에 내 마음도 내 친구의 마음도 들뜨게 되는 것을 느꼈다.
사람을 단번에 누르는 허스키하고도 억압된 목소리가 아니라 친근하고도 친절한 목소리가 내 마음을 끌었다.

"예~~~ 안녕하세요. 저흰 교회를 다닌답니다^^"

"아~~ 그래요. 이상하게 제 택시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금방 알아보지요. 그럼.. 안겨있는 아이는 모태신앙이군요."

흐뭇해 하며 백미러로 바라보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면서 답례로 뭔가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안하느니 못한 말을 했지만 말이다.

"그렇죠.. 엄마 아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태신앙이 된 거죠.^^"

~~~~~~~~~~~~~~~~~~썰렁~~~~~~~~~~~~~~~~~~~~

어느 곳이나 어느 때나 잘 통했던 내 농담이 이제 고마운 강적을 만난 것이다.

"어쩔 수 없다니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지요. 하나님의 은혜이지요. 하나님의 아주 특별한 은혜이지요. 그리스도인들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믿음의 말씀을 하셔야지요"

그리스도인들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데..... 믿음의 말이.........-_-;;;;

지금까지 친절했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아저씨의 목소리는 매우 굳어 있었고 진지했다.
가볍게 농담으로 해야할 말이 아님을 진지하게 일깨워주고 있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마디의 말 조차도 진지하고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꾸짖음이었다.
하나님이 우리를 모태에서 택하셨다는 놀라운 사실들이 단 몇 초만에 어쩔 수 없는 사건이 되거나
아님 신묘막측한 놀라운 은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간 사람의 약점을 잡고 했던 많은 농담들...
예수님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고 행했던 사람들에 대한 농담들...
나 스스로의 진지함에 대한 어색하고 소극적인 표현을 담은 농담들...

택시에서 내리고 그리고 몇일이 지나도 그 사건이 지워지지 않았다.
내 말의 시간들을 정리해야 될 때가 온 것이다.

내가 내뱉는 말들은 단순히 나의 중얼거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어쩌면 자신에 대한 불확실함으로 떨고 있는 자들에게...
어쩌면 하나님을 외치고 싶으나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한 자들에게...
어쩌면 하나님의 소리를 대신 들려줄 이를 기다리는 자들에게...  

단순히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마음의 부담을 덜고자 농담으로 전락해야 하는 것들이 아닌
하나님의 깊은 계획하심에 들어가 있는 강한 무기가 되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복음이 말을 통해서 전달되듯이 복음을 담은 말이 씨가 되어서 사람들의 가슴을 넘나들고
결국은 누군가의 마음에서 싹이 터 자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내가 뿌렸던 많은 말들의 씨가 어디로 날아다니고 있을까.......
아.... 겁이 난다.

부정적인 느낌이나 감정, 말은 전염성이 아주 강해서
금방 주위를 시들게 하고 멍들게 하며 부정적인 사고와 감정을 가지게 한다.  
반대로 긍정적인 느낌이나 감정, 말들 또한 전염성이 있다.
그러나 사람은 악에 열려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노출되어 있고 금방 전염이 된다.
긍정적인 감정과 말을 전염시키기 위해서는 더 강한 힘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진리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꺾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진지했던 자리가 아니라 일상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진 대화라면
늘 내 마음에서는 두 가지 말들이 싸움을 한다.
정말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과 그 하고 싶은 말을 좀더 유연하고 소극적으로 감싼 표현들이
내 안에서 서로 나가기 위해 싸움을 한다.
대부분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이 진다.
그 이유는 나와 그 사이를 좀더 오래 가게 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기도 하고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면 교만해보이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나의 삶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서 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대한 생각이 지배적인 것이다.

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꿈꾸면서도
정작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보다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데 내 열심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30이 넘었으면서도 이런 소극적인 방식으로 하나님을 이야기하고 살다니 새삼 부끄러워진다.

마태복음 10장 32-38절 말씀을 보면 이렇다.
10:32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시인할 것이요
10:33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부인하리라
10:34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10:35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비와, 딸이 어미와, 며느리가 시어미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10:36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
10:37 아비나 어미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10:38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니라

예수님을 믿고 그리스도인이 되면 그 동안 우리가 가진 생각이나 가치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새가죽부대에 새포도주를 넣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나 사람들은 모두 헌가죽부대에 헌포도주를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가 새포도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우리는 이물질이 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진리를 안다고 드러내는 순간 싸움이 일어나고 다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신 것이 사랑하는 이들과 원수가 되게 하기 위해 보내셨다는 말씀이 참으로 이해된다.
결국 진리를 가진 자들이 자신이 가진 것들을 쌓아만 두고 사람들과의 편안한 관계를 위해 소극적으로 드러낸다면
이 땅에 자신을 위해 재산을 쌓아두고 가난하고 병든 자들에게 등을 돌리는 자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진리를 듣고 행하고 선포하는 자들은 하나님을 안다고 하는 자들이고 그들이 바로 하나님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긍정적인 말고 감정만을 전염시킬 뿐 아니라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행하시고 말씀하신 것을 삶을 통해 말을 통해서 전염시켜야 하는 사람들이다.
아주 작게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잠깐의 스침 속에서도
당당하고 용기있게 예수님의 말씀을 행하고 선포해야 함을 내 안에 있는 말들과 약속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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