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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2004.09.11 20:24

고 풀린 스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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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이면 곱게 스커트를 입는다. 치마..
내 인생에 바지코드를 제치고 치마코드를 수용하는 유일한 날이 주일이다.
화장을 하고 곱게 머리를 빗고 치마를 입으면 그 다음은 스타킹이다.
글쎄..
오늘은 스타킹이 내 손톱 주위의 굳은살 땜에 수난을 당한다.
별안간 내 손이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을 했다.
애써 스타킹을 다리에 입히고는 엄마의 고가 풀린 스타킹을 생각했다.

엄마도 여자이기에 바지를 입든 치마를 입든 스타킹을 신으셨다.
엄마의 스타킹을 하나 얻어 신으려고 양말 서랍을 열면 엄마의 스타킹은 모두 고가 풀려 있었다.

"엄마! 스타킹 모두 고가 풀렸잖아.. 버려! 이건 뭐하려고 가지고 있어"

"한번 더 신고 버릴거야... 발하고 손 땜에 스타킹을 신을 수가 없어 "

엄마의 손과 발을 보고선 정말이지 어떤 울트라 스타킹도 견딜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내참.. 돈이 없는 집안도 아니고 그야말로 빵구가 쫙 난 스타킹을 신고 어디를 가신다는 이야기신지.
그 땐 엄마 손과 발이 스타킹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예나 지금이나 철없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철이 없었다.
엄마의 손과 발은 여름이면 잘 모르지만, 겨울이면 한 여름에 심한 가뭄에 쩍쩍 갈라진 땅처럼 여러 군데 갈라져 있었다.
특별히 엄마의 손은 등이 가려울 때면 그저 쓱쓱 아래 위로 쓸어만 주어도 시원할만큼 많이 상해 있었다.

그 땐 엄마의 손이 그렇게 거친지 잘 몰랐다.
그런 엄마의 손과 발에 고운 스타킹이 한번 지나가고 나면 늘 고가 풀리기 일수였다.
하루 신고 다닌 스타킹은 늘 고가 풀렸고, 간신히 고가 풀리지 않고 구사일생한 스타킹이라도 맨손으로 세탁한 날은
고가 풀리고 말았다.
그래서 고 풀린 스타킹을 신고 다니는 편이 나았을런지 모르겠다.


지금 나는 스타킹을 몸에 입히면서
내 손에 생긴 작은 굳은 살을 보면서
그 때 어머니의 고가 풀린 스타킹을 생각한다.


엄마의 손과 발에 난 굳은 살이 스타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 놈의 스타킹이 문제라는 것을 화가 나게 깨닫는다.
어떤 무기에도 어떤 상처에도 고가 풀리지 않는 울트라캡쏭 스타킹을 만들지 않고
아주 작은 스침에 무너지는 갸냘픈 스타킹을 만들어서 사람 마음을 이리로 흔드누...

에이!!!

눈물은 눈에서 나는 슬픔이고, 욕은 입에서 나오는 슬픔이라고 하던데..
내 자신에게 욕 한마디 하면서 입에서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나이를 먹는 아쉬움보다 나이를 먹으며 깨닫는 즐거움 땜에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스타킹 마저 나를 아련하게 하면
내 나이 한 50되면 한발짝 걸을 때마다 쿵쾅 대는 가슴 땜에 가슴을 쓸어야 할 것 같다.
나이 먹어감에 따라 엄마를 조금이라도 닮아 가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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