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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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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드라마가 생겼다.
........^^ 아일랜드.

특별히 이 드라마다 싶으면 하나님께는 미안하지만,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두근거리며 10시를 기다린다.
남편 말로는 내가 어떤 드라마든 빠질 수 있는 사람이라지만,
매번 이런 좋은 만남을 기대했고 드디어 그런 만남을 가졌다.

첫번째로 이 드라마가 좋은 이유는 주인공들이 착하다는 거다.
쉽게 말해서 착하다라고 표현해보지만 그 의미는 굉장히 넓고 깊다.

내가 착한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착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내 마음이 착해져서 좋다.
또한 착한 사람과 있으면 사람과 함께 함을 즐기는데 머리를 쓸 필요가 없어서 좋다.
다만 내 마음 속에 잡다한 생각과 감정들을 옆으로 밀어두고
잘 써보지 못해 서투르기 짝이 없는 착한 감정들과 행동들을 꺼내서
앞에 있는 사람에게 쓱 내미는 것이다.
내가 주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 크기가 어떠하든지 그 유치함이 끝이 어디인지 상관없이
주고있음을 맘껏 즐기는 것이다.
착한 사람은 그런 나의 맘을 말로 하지 않아도 안다. 그래서 편하고 좋다.

이런 느낌을 아일랜드가 준다.
이 드라마를 보노라면 하나님이 최초에 나를 만드실 때 넣어 주셨던 갖가지 진기한 성품들을 대하게 되고, 그런 나의 감성과 생각들을 만나는 재미가 나를 흥분하게 한다.
차마 부끄러워 말로 한번 꺼내보지 못한 말들을 주인공들이 내 뱉을 때마다 묘한 해소감과 잔잔한 용기를 주워담게 된다.
실로 웃음이 나는 등장인물의 착한 행동들 때문에 몸을 꿈틀거리며 보는 내내 즐거워한다.
정말 착하다. 등장 인물들은 한결같이 착하다. 그래서 좋다.
할 수만 있다면 드라마처럼 하고 싶은 착한 행동들을 마구 쏟아내며 살고 싶다.
처음에 받아들일 수 없어 도망치거나 외면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드라마를 보듯 같이 흥분하게 되지 않을까.
어차피 크리스챤으로 산다는 것이 기괴한 일이 아닌가.
드라마처럼 주인공으로 살며 흥분시키는 것이 나와 우리의 일이 아닐까.

두번째로 드라마 속에 무수히 흐르는 말들이다.
말들 하나하나는 일상의 작은 일들을 의미로 포착하고 세상에 없어지기 전에 빛을 발하게 해준다.
그야 말로 예쁘다.
말은
아마도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 속에서 사는 인간을 위로하기 위해 주신 선물일 것이다.
끊임없이 나를 안고 있는 세상을 부정해야 하는 나는
매일 "나는 누구인가"를 되풀이 한다.
그런 나에게 말은 나를 찾는 일이며, 정체성을 갖게 하는 도구이며, 하나님의 위로이자 인도이다.

특별히 아일랜드의 주인공들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모든 대사에 주어가 제일 끝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제일 중요한 부분을 처음에 둔다.
그래서 달리기에서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이 최고고, 공부도 제일 잘하는 순서로 매기게 되면 일등이 단연 최고다.
그런데 아일랜드에서는 대사 제일 마지막에 주어를 둔다.
이상하게도 이 부분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그러고 있는 널 보면 마음이 아파. 내가."
"아프지 마라. 이재복"
"사랑한다. 중아"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과 이야기하다보면 주어는 어디에 가고 없고 사건과 물건들 그리고 그것들 땜에 생긴 감정들만 잔뜩 남는다.
가령 그 사건과 물건들을 다루느라 변화되어 가고 있는 존재들은 없어지게 된다.
사람은 버려지고 잡동사니만 가득 가슴에 담고 온 듯한 대화의 시간들... 나만 경험했나??

난 요즈음 나를 찾고 있고 나를 사랑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중이다.
그래서 더한 마음으로 이 대사들에 푹 빠지게 된다.
알고 보니 나도 일상 중에 이런 대사를 중얼거린다.

주어를 제일 나중에 떨어뜨리며 마침표를 찍는 건
아마도 이 땅에 내 두 발을 딪고 있다는 사실을 매순간 받아들이는 모습일 것이다.
내 안에 존재하는 하나님의 흔적들 땜에
온통 이질감으로 다가오는 세상들과는 모든 순간이 싸움이다.
세상과의 마찰에서 내가 바로 설 수 있는 것은 이 말들 때문이리라.
그러니 이것이 하나님의 위로가 아니고 뭐겠는가?

그렇게 내 곁에 있는 다른 이들도 보기 원한다.
나를 지나치게 흥분시키는 사건들이나 물건, 감정을 안고 오는 이들을 볼 때
오직 나의 관심은 그가 가지고 온 것들이 아니라 그이길 원한다.
대사의 맨 나중에 우뚝 서 있는 그 이길 원한다.
결국에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게 지금을 만들어 가는 그에게 온통 집중하고 싶다.
내 주위에 있는 많은 오뚝이들.
그 어떤 수많은 형용사들의 도움 없이도 엄청난 빛을 발하는 주어들...
그들을 맨 나중에 확실함으로 불러보고 싶다.

등장인물들이 착한 것은 이 말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내가 장하게 느껴진다.
"장하다. 김경민"
그건 아마 나도 착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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