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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2004.05.14 02:37

핵심감정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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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로부터 집단상담훈련을 해보자는 의견을 받고 어려운 시간을 냈다.
한밀상담소는 한밀교회에서 운영하는 상담소로 그 특성상 교회 교인들이 많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핵심감정찾기'라는 주제에 이끌려 거금을 들여 훈련을 시작했다.
핵심감정이란 한 사람의 행동, 사고, 정서를 지배하는 중심감정이다. 이 감정은 주요 대상으로부터
사랑받고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이다. 주로 어린 시기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쉽다.

나름대로 그 동안의 연륜으로 나의 문제를 많이 깨닫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에 조금씩 시간을 더해감으로 내 자신이 구도자로 살아간다는 믿음과 익숙
함으로 나도 모르게 타성에 젖은 것 같다. 좀더 심하게는 내 안에 교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훈련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전문상담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로서 교회 교인들이었으며 구역
장들이었다.
그 자리가 따스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이도 불안해했고 긴장함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아무 문제
가 없고 감정해결에 있어서 당신들보다 성숙해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억압들이 무의식적
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내 속에 여러 가지 감정들이 밖으로 표출되기 위해서 무진장 나의 가슴을
고동치게 했고 마음까지 마구 흔들어놓았다.
3회의 상담을 통해 나는 아무것도 건질 수가 없었다.
내 속에 이런 억압이 작용하는 한 내가 가진 연륜과 익숙함으로 얼마든지 나를 포장하는 한 그곳에
서 어떤 핵심감정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쉽지 않았다.

여인1: 저의 핵심감정은 "애씀"입니다. 저는 사모로서 살기위해 최선을 다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 혼자서 애쓰느라 너무 힘들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남편은 목회자이기에 내 사정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오랜 만에 나 자신을 측은히 여기고 "그래 **야 너.. 너무 애썼다"라고
혼자 중얼거리는데 눈물이 한없이 흘러 나왔습니다. 정말오랜 시간 하나님 앞에서 울었습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애썼다.. 잘했다."라고 위로해주시는데 정말 행복했습니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정말 애썼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저를 너무 지치게 합니다.

대장: 그래요..제가 보기에도 **님은 매 순간 애쓰고 노력하십니다. 모두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정
말 위대하고 다른 이들에게 좋은 모범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순간에 지치고 힘들어 그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수용하기를 바랍니다. 할 수 있는만큼 하려는 용기가 필요합
니다. 자신의 좋은 장점으로 "애씀"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내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방어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장의 품위있고 지식적인 상담용어에도 끄떡없던 내가 한 여인의 솔직함에 녹아가고 있었다. 자신
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약함이 아니라 한없이 아름다워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고야 내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그 여인처럼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무진장으로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애씀
이 내게 스트레스가 되고 힘겨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여인2: 저는 비를 너무 싫어합니다. 비가 오면 세상이 다 싫어집니다. 그리고 시댁에서 무척 스트레
스를 받습니다. 시댁에 가려면 두통약을 꼭 먹어야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 시댁에 갈 일이
있었는데 비가 왔습니다. 최악이었습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비가 오는 그 날을 정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큰 아이에게 시시
때때로 스트레스를 퍼부었고 아이는 겁에 질려 엄마의 눈치를 보는 하루하루를 보내었습니다. 그러
는 모습도 싫어서 더 화를 내고 매까지 들었습니다. 비가 그치고야 조금씩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일상을 버티고 있는 나에게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온 후 그 아이의 알림장을 보는 순간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이 알림장에 쓰신 내용이 이러했습니다.
"유치원에서는 월요일마다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발표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가 앞에 나와서
발표할 순서가 되었는데 **가 발표를 시작했는데 '저는 ....주말에....엄마가.......'하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었습니다."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나는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나 생각했습니다.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예민하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장: **님.. 자매님이 시댁에 느끼는 스트레스나 비가 오면 더 우울해지는 감정적인 문제는 시간을
두고 오래 다루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선은 자매님이 스트레스와 분노를 느끼는 대상에게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기 때문에 만만하고 힘없는 대상에게 그 스트레
스를 표현합니다.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다른 대상에게 화가 났는데 아이에게 동일한 감정
을 발산해서는 안되지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도록 처음에는 벽보고 그 대상이라 여기고 실컷 욕을
하고 그 다음은 베개 그 다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세요. 그리고 아이를
대하세요.

또 울어야 했다. 소리내면서 우는 나는 완전히 방어벽의 흔적 조차 찾을 수 없었다.
발표하다가 아무말 못하고 우는 아이는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나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우리 시내이기도 했다. 나는 늘 시내에게 미안함을 가진다.
사람들이 없다면 더 크게 울며 흐느꼈을 것이다. 사람들이 있었기에 슬픔과 함께 떠오르는 깨달음
을 조금씩 잡을 수 있었다.

여인3: 저의 핵심감정은 잘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할머니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이들을 키울 때 자식을 키울 때 자식이지 떠나보낼 거라 생각해서 남
편에게 쏟는 애정만큼 쏟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 여겨집니다. 웬지 모르게 정서적으로 거리감을 두
고 스킨쉽을 원하는 아이를 떠밀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할머니와 주말을 보내고 나면 떨어지
지 않으려고 떼를 쓰고 울 때가 많은데 그럴 때는 아이에게 서운함을 느낍니다.

대장: **님은 왜 아이들에게 거리감을 두시는지요.
여인3: 아이들은 어차피 부모가 없는 시기를 보내야하고 혼자서도 세상을 잘 감당할 수 있어야 하
기에 그러는 것 같습니다.
대장: 더 근원적인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매님의 아버님은 일찍 운명하셨고 그 빈자리가 매우
크게 느껴졌지요..혹 그런 아버지처럼 자매님의 아이들도 혹시 자매님이 일찍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에도 세상 속에서 낙심하지 않고 잘 살기를 바라고 한 자매님 나름대로의 사랑의 표현 아니었을까
요..
여인3: (흐느껴운다) 말씀하시니 저에게 그런 역동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저에
게 아주 작은 요구도... 요구도 하지 않는 아이들이 되었어요. 제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한 행동
이 그 아이들을 더 상처받게 한 것 같아요.... 보고싶어요... 아이들이...


우리 모두는 자기 나름대로의 역사를 가지고 그 역사 속에서 터득한 공식대로 세상을 비추어보고
또 적응하려한다. 자기가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은 전혀 없는것처럼 말이다.
전혀 다른 세상은 존재하지도 않은 것처럼....
내가 받은 상처와 아픔으로 인해서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동일한 공식을 적용하고
같은 감정을 기대하며 대하려할 때 상대방은 받지도 않아도 될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나 또한 그 여인과 함께 울며 그녀의 아픔에 동조했다.

홀로서는나무: 저의 핵심감정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방황하는 마음"입니다. 핵심감정을 알아가
기 위해서 제일 먼저 떠올린 장면은 한 아이가 작은 길에서 자기 몸보다 큰 옷을 입고 길 중간에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장면입니다. 그 장면을 보고 대장은 저에게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난감해
하는 모습이라 하셨지요. 정말 그럴지 모릅니다.
가장 어린 시기에는 나를 사랑해주고 모든 것에 허용적이었던 아버지와 아버지께 따스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상처를 받으셔야했던 어머님 사이에서 방황했었습니다. 저에 대한 아버지의 무조건적
인 사랑으로 인해서 지금도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기가 잘 죽지 않는 성격을 가지게 된 것 같
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께는 너무나도 부족한 분이셨기에 아버지를 몹시 미워해야했습니
다.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아버지 품에 적극적으로 안기지도 못하고 어머님의 아픔에 적극적으로
공감해주지 못하고 항상 어디에 서야하나 고민했었던 같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는 아버지의 사랑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버지가 남편으로서는 부족했을지 몰라도 내게는 너무나 사랑을 많이 주신 소중한 분이라고 말입니
다. 저는 지금도 아버지와 같은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저는 제가 아무 문제없기를 바랬습니다. 제 속에 억압한 감정이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
감하면서 나올 수 있는 동기가 되었고 힘을 얻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아버지를 더 깊이 사랑하
게 되었고 내 속에 있는 상처가 숨기고 감추어져야 할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사랑해 주어야할 가치
로운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이 이야기는 지금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자 앞으로 끊임없이
내게 해야할 말입니다.

대장: 홀로선나무님은 아버지의 사랑을 매우 갈구하는 분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기쁨이 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고 계시구요. 그런데 어머님과의 관계로 그 관계를 온저히 이룰 수 없게 되자 하나님
께로, 남편께로, 스승으로 그 대상을 옮겨가고 있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인도해주고 지지해줄 대상을 찾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홀로선나무님이 자신의 삶을 인도해줄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자신 속에 있는
희생과 사랑의 에너지를 크게 발휘할 수 있는 분이 되실 것입니다.

오는 길에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께 문자를 보냈다.
아마도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그만한 용기가 나지 않아서다.

"아버지 당신이 존재하기에 제가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제 당신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

내 마음의 감옥 속에 갖혀 있던 아버지를 해방시켰고 이제 남은 것은 그분과 남은 시간을 통해 새
로운 기억와 추억을 만드는 일이 남았다.
용기를 가지고 진실된 자기 감정과 만나는 순간 나는 세상의 어떤 빛보다 아름다운 빛을 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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