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當無有用"<당무유용> - 2004년을 시작하면서 ....
2004.04.28 10:41
비어서 아름다운 사람
"當無有用"<당무유용>
涎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老子)
-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들되 그 속이 비어서 쓸모가 있다 (노자)-
노자의 글귀를 신영복 선생님의 글씨로 본다.
비록 인터넷의 그림을
이렇게 허락없이 사용하는 미안함을 무릅쓰고 새해 첫 다짐을 해본다.
그릇은 그 속이 비어서 유용한데
우리 인간들은 그 속을 채우지 못해 안달이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인 우리도 그러하다면
이는 얼마나 슬픈일인지...
욕심으로 채워진 나의 마음을 본다.
끊임없이 무언가에 갈증을 느끼며
또 다른 무엇으로 채우려고 발버둥이다.
돈으로도 때로는 지식으로도 사랑이나 관계로도 채울 수 없어서
목말라한다.
마치 수종병 들어 끊임없이 물을 찾아 헤메는 사람 처럼 말이다.
그런 우리에게 아니 나에게 속을 비우라 권한다.
네 속을 비워야 그릇으로 유용하나니,
채워지지 아니한 마음으로 나에게 나아오라고 말씀하시는 그분의 말씀을 듣는다.
내속에 네것이 없어야 나의 것으로 채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나의 사랑도 나의 은혜도
내가 네게 줄 계획과 말씀도 네것이 없어 텅 비어 있을때에야
비로소 줄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한해를 시작하는 마당에
나를 비워 내라는 말씀이 준엄하게 나를 꾸짖습니다.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서도
여전히 스스로가 무언가를 가진 줄 알아 자만하고 교만하였던 한해가 가고
또 다시 맞은 한해는
나더러 그 마음속 모든 것을 비워 내라고 말합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비워내고
내가 이를 수 있다는 생각도 지워 버리고
내가 녀석들을 멋지게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확신도 버리라 말합니다.
그리고 오롯이
그 빈 자리에 당신이 주시는 겸손을 채우려합니다.
당신이 몸으로 가르치신 사랑을
그리고 온 세상의 낮은 사람들을 향한 눈물과
가슴 시린 애통함을 채우겠습니다.
나에게 주신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나눌 수는 없을 테지만
적어도 내가 가진것의 일부는
주신분의 뜻을 따라 사용하겠다는 다짐으로 채우렵니다.
그리곤 또 비어진 마음이 되어 한해를 마무리하기를 기도해봅니다.
또 다른 채움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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