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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시현이 이야길 하려한다.
그 아인 너무나도 조용하게 자라주어 신경을 쓰지 않으면
부쩍 커버린 키를 보면서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을 보면서 그제야 시현이가 자라고 있음을 깨닫는다.
시현이는 캐나다유치원을 다니면서 싫은 소리 하지 않고
그 낯섬 속으로 조용히 들어가 주었다.
얼마나 기특한지 자랑하며 다녔다.
어리석게도....

잘 적응하나 생각하며 또 아이를 잊은채 일주일을 지냈다.
그런데 월요일날이 되었고 유치원에 아이를 두고 가려는 순간 시현이가 내 손을 꽉잡았다.

"엄마... 나 ... 잘 못할 것 같아..."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눈에 힘을 주는 모습이 보였다.
한 번 더 눈에 힘을 주자 눈 가가 빨갛게 변했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애써 태연한척 하면서 무릎을 끓고 시현이를 바라봤다.

"왜... 뭘 잘 못할 것 같아?"

늘 그렇지만, 한참을 아무말 하지 않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시현왈: 난 말도 못하고...친구들하고 놀지도 못하고... 선생님한테 말도 못하고...         
다른 친구들은 다 영어도 잘 하는데 나만 못해.

그리곤 그렁거리던 눈물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래 시현이라고 안힘들었을까.. 이런 바보같은 엄마.
시현이는 남들은 다 영어를 잘하는데 자신만 못한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한국말을 잘 하듯이 캐나다아이들은 영어를 잘한다 는 사실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엄마왈: 아니야.. 시현아. 여기 아이들은 모두다 영어를 해. 우리 한국아이들이 한국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이 아이들은 한국말을 하나도 몰라. 아마 시현이가 말하는 것 하나도 못 알아들을걸.         
시현이반에서 시현이가 한국말을 제일 잘해. 정말 신기하지...

억양을 높였다 낮추었다하며 혼자 신나게 떠들어대는 엄마를 지켜보던 시현이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시현왈: 그래도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어떻게해. 못 놀잖아..

역시 아이에게 절박한 문제는 친구였다.
유치원생활의 대부분이 놀이이기에 그 놀이에서 혼자가 되는 것은 정말 두렵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웠을까?

엄마왈: 그래.. 하지만, 여기 친구들이 시현이 이름도 제대로 말 못하듯이 시현이도 이 친구들 이름이랑 말을 배울려면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려. 그렇다고 친구를 못하는 건 아니야. 친구가 말을 못알아 들어도 네가 한국말로 말하면돼.
인형놀이를 하고 싶으면 인형을 흔들면서 함께 놀잘고 말해. 다른 놀이도 그렇게 하는거야. 알았지?
친구는 말을 좀 못해도 괜찮아. 친구는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거든. 네 눈을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될거야.

물론 이런 짧은 대화로 아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말을 실감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아이와 함께 유치원생활을 결심했다.
4일동안 아이와 함께 유치원을 다니며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어디에 어떤 장난감이 있는지 그리고 장난감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함께 익혀나갔다..
그리고 낯선 외국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과자를 나누어먹으면서 어려운 시현이 이름을 열심히 교정해주었다.
덩치큰 친구에 대한 호감은 시현이에 대한 호감으로 바뀌어갔고, 시현이의 이름을 물어보는 아이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이제 아이들은 완벽하진 않아도 어려운 발음 때문에 시현이 이름을 부르를 것을 꺼려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션!! 션!! 이곳 저곳에서 간간히 시현이 이름이 들린다.
시현이는 점점 내 품을 벗어나 아이들 속으로 주저하며 다가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생존을 위한 영어다. 그래서 시현이와 나는 생존을 위한 영어 세 가지를 만들었다.

엄마왈: 시현아 ...선생님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는 어떻게 하면 된다고 했지?

시현왈: 와쉬룸 플리즈(Washroom please!)

엄마왈 : 그래 아주 잘했어. 이번에는 선생님 저 물 먹고 싶어요는 어떻게 하면 되지?

시현왈: 워터플리즈(Water please!)

엄마왈: 야 ...퍼팩이다. 이제 하나 남았다. 아프거나 힘들거나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지면 어떻게 말하지?

세번째는  너무나 힘들어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혹은 아프거나 할 때 언니를 찾는 것이다.
전화번호를 외우는 시내가 전화를 걸 수 있도록 말이다.

시현왈: 시내 시스터 프리즈(Sinae sister please!)

그 외의 말들은 한국말을 쓰라고 했다. 당당하게...
이곳에 오면 부모들은 영어를 빨리 배우게 하려고 아이들에게 자신의 나라말을 잊게하고 영어만을 쓰게 한다.
그런데 영어는 빨리 배울지 몰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에 더 많이 앓아야하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한국말을 잘하는 아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잘 아는 아이가 영어도 잘 한다고 한다.

시현이가 돌아왔다. 무슨 큰 일이나 있는 것처럼 색색거리는 폼이 귀엽다.

시현왈: 엄마..조던이 나보고 이쁘고 귀엽대. 그리고 나랑 친구해서 너무 좋고 친하게 지내자고 했어.

엄마왈:-__-;;;; 엥..이건 또 무슨 말인가. 우리 아이는 천재?

엄마왈: 그래?? 시현아 조던이 하는 소리를 다 알아 들었어? 너도 영어로했구?

시현왈: *^^* 응...내가 한국말로 나 이쁘지 그랬더니 조던이 웃었어.       
그리고 나랑 재미있게 놀자.. 그랬더니 조던이 웃었어. 그래서 재미있게 놀았어.

허걱!!!!!!!!!!!!!

엄마왈:그랬구나. 잘했어...

이제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영어 선생님이 생겼다.
원하는 말을 한국말로 질문하고 원하는 답변을 눈웃음으로 얻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다.
여전히 유치원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신비하고 마술같은 대화들을 우리에게 쫑알거려준다.
가끔 당황스러워하는 캐나다아이들의 표정들이 떠오르지만, 그 표정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을 시현이를 생각하면 기특하다.
아직까지 생존을 위한 영어 3은 사용하지 않았다.
조금더 시간이 지나면 생존을 위한 영어 세가지를 하나로 묶을 예정이다.
아마도 이 말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누리고 가지게 될 것이다. 생
존을 위한 영어 My Lord  pl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