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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아빠는 퀴즈프로그램을 좋아한다.
퀴즈를 아주 썩 잘 맞출 뿐 아니라 대단한 눈길로 바라보는 세여자의 시선이 싫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새 성큼 자란 시내도 퀴즈 프로를 좋아한다.
아주 어린 나이에도 뭔지도 모를 도전 골든벨을 아빠와 함께 보며 자랐다.
그런 시내를 보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시내야 엄마도 시내가 저런 곳에 나가서 골든벨을 울려 준다면 무척 자랑 스러울 것 같다.
엄마를 위해서 그렇게 해줄 수 있겠지?"

텔레비젼을 보며 던진 작은 말에

" 엄마 나도 꼭 골든벨을 울릴께요.. 즐겁게 해드릴께요.."

라며 이미 행복감에 젖게 해주었다.

그런데 드디어 골든벨을 울릴 기회가 오고야 말았다.
시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 유년부에서
말씀을 가지고 골든벨형식으로 게임을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교회에서 나누어준 예상 문제 프린터를 주일날 바로 잃어버리는 통에 나는 흥미를 잃을 수 밖에 없었다.
토요일이 되어서도 별반 다를게 없이 시간을 보내는데 난데없이 시내가 공과책을 꺼낸다.

시내왈: 엄마 내일 골든벨 울리려면 책 봐야돼.

웃기시네..

엄마왈: 너는 이제와서 무얼 한다고 그래. 예상 문제지도 없으면서.... 어떻게 도전 골든벨을 울려??

........조금 속상해서 괜히 오바하며 소리질렀다.
그러자..

시내왈: 무조건 잘 해서 울리면 돼.
엄마와: 끙@.@ 또 그 무조건....-_-;;;

미래를 기약하는 마음으로 난 잠을 청하고 시내는 아직 끙끙 거리며 공과책을 보며 그날을 보냈다.

그런데...
주일날...
시내가 골든벨을 울렸다.
그 무엇도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골든벨을 친 것이다.
언니들 틈에서 1학년이 장하게도 말이다.
미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나의 작은 소망이 기대하지 않던 순간 가슴에 던져졌고 그 순간에 나는 세상을 다 얻은 듯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나한테는 참 별것이다.

자식을 사랑하면 자꾸 가슴 한 구석에서 꿈이 생긴다.
그런데 이것이 나를 위한 꿈인가 내 아이가 정말 원하는 꿈인가를 두고 싸움질을 한다.
가끔 내 소망이 아이와 만나 어긋남이 생기지 않는 순간 아이도 나도 행복해지고 만다.
사랑한다면 내 아이 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꿈을 꾼다.
비록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내 욕심으로 끝난다해도 누군가를 바라보며 지속적인 믿음의 시선을 보낸다면
그것 조차도 사랑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