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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10시면 우리집 참새들이 총총 걸음으로 노란차를 향해 뛰어가는 것을 본다.
그들이 가는 거리만큼 나의 그리움도 깊어진다.
그리움에 젖어 말한다.
'으흐흐흐... 나는 자유다...푸하하하...ㅠ_ㅜ;;'

3시 30분이면 노란차에게 무진장 빨리 뛰어오는 왠수들이 보인다.
"엄마..엄마.. 빨리 문열어.. 뭐해!!!!!"
나의 자유는 끝이 났다...

시내는 허겁지겁 가방과 신발을 가장 먼곳으로 집어 던진다.
묘한 표정으로 뭔가 궁금하다는 듯이 달려와서는 묻는다.

시내: 엄마..엄마!! 바베큐가 나쁜 말이야??
엄마: 엥???? (이건 또 뭔 소리여?)
시내: 바베큐..바베큐...나쁜 소리야? 욕이야? 무슨 뜻이야?

시내가 맹렬하게 바베큐, 바베큐 하니 한 동안 그게 무슨 뜻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아하 *.* 바베큐..^^

엄마: 고기 구워먹는거야..
시내:.....................????

한 동안 멍하니 천장을 보더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나를 다시 쳐다 보았다.
설명이 완벽하지 않았나..

엄마: 야외에나 놀러가서 쇠꼬챙이에 고기를 달아서 구워먹는거 봤지. 그거야..그거-__-
시내: 그럼 날 구워먹는募?이야기야? 언니들이 내게 바베큐라 했는데..
엄마:(엥?? 뭔소리야) 언니들이 뭐라했는데?

그러자!!!!!!

시내가 갑자기 작고 귀여운 다섯손가락을 내 얼굴 가까이 가져왔다. 그리고 다른 손가락을 엄지 손가락으로 힘들게 다 눕힌후 가장 중간 손가락을 힘껏 세웠다.

시내: 언니들이..이러면서..바베큐했어..
엄마:-_-;;;;;(눈을 부라리며 시내의 손가락을 잡았다)너.............!

푹!퍽!

시내:ㅠ.ㅠ 바베큐가 먹는 거라면서 왜 때려?잉...

오랜 시간 중간 손가락의 의미가 무엇이며 시내가 말한 바베큐가 그 바베큐가 아닌 미국식 욕(??)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어야 했다.
딸아이의 예쁜 손가락이 욕으로 변하는 순간을 보노라니 울컥 화가 나고 속이 상했다.
이런 것을 벌써 7살짜리가 경험하고 알아야한다고 생각하니 .....

우리 딸아인 점점 자신이 보고 듣고 생각해보지 않은 세상 속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다.
엄마의 바램은 가장 아름답고 가치있고 행복한 것을 경험하길 바라지만,
아름답고 가치롭고 행복한 경험을 위해 그 반대의 경험을 미리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해본다.

시내와 시현이에게는 언제든 세상을 잘 설명해줄 엄마 아빠가 있기에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시내와 시현이의 눈은 선한 것을 찾는데 지혜로울 것이며
또한 어두움을 선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믿음의 아이가 될 거라 믿는다.

언니들 부탁이야. 제발 어린 동생들에게 좋은 말만 해주길 바래.

.................................................................2004.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