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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시현이 이야기2-비가 준 선물

2004.07.02 00:27

김경민 조회 수:527

비가 다시금 주룩 주룩 온다..

비는 비일뿐 나는 마음을 다잡으려고 이를 물고 다짐하지만,
비가 세상에 주는 요란하며 경쾌한 소리에 내 마음이 마구 흔들린다.

아이들이 견학을 간다.
국악박물관으로 뭘 보러 가는지 모르겠지만,
그곳으로 가는 모습은 무척 들떠있다.

밥을 싸고 가방에다가 간식거리를 줄지우고 나면
어디든 가야할 곳이 있고 목적이 있다는 것은 사람을 참 기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시작한 우울모드가 끝까지 가려나..

갑자기 시내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내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내 마음의 아주 깊은 곳에서 늘 샘 솟는 아이를 향한 나의 사랑이 느껴질 수 있도록 꼭 안는다.
시내도 밀어내지 않고 나를 안고는 한참을 가만히 있어준다.
..............................^^ 행복하다...................^^

시내왈: 엄마.. 나 유치원 안갈래. 유치원 가면 엄마가 보고 싶어질 것 같다.

윽!!!!!!!!! 유치원을 안간다니...
나의 의도는 헤어짐에 약간의 아쉬움만 주려는 것인데..
안가다니 그럼 안되지..

정신 번쩍!!@.@

엄마왈:-_-;;;; 시내야 유치원은 가야된단다.
       자 빨리 나갈까...*^^*;;

시내와 시현이를 보내고 나면 금새 아이들이 그리워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그리움은 나만의 것이다. 그 그리움이 아이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되지.
문을 닫고 종종 걸음으로 앞으로 가면서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몇번이고 엄마에게 인사한다.
엄마 안녕!! 엄마 안뇽!! 엄마 잘있어.. 이따가 봐
손 키스를 날리고 고개를 숙이고 손을 흔드는 모든 이별의 과정을 다 경험한다..ㅠㅠ
누가 보면 영화 찍는 줄 알겠구만 -_-;;
시현이가 뭔가 생각났는지 가다가 돌아와서는 내 손을 자기 손에 대고 부빈다.

시현왈: 엄마 잘 있져. 알았찌? 기다려..

그리곤 제 언니에게로 달려간다.
언제나 그렇듯 그 아이의 자태는 뛰는 것도 공주다.
뛰는 모습이 끝날 즈음 또 시현이가 돌아선다.
앗 얼굴을 마주치면 또 이별의 과정을 되풀이 해야겠지!!
돌아서려는데

시현왈: 엄마! 엄마!
엄마왈:....................(천천히 돌아서서 멍하니 본다)
시현왈: 엄마! 엄마! 비가 많이 오니깐 비 맞지 말고 들어가.. 알았찌.. 어서 들어가..
        엄마 비 맞지마.. 어서 들어가...

그러고 보니 나는 비를 맞으며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5살 밖에 되지 않은 시현이가 비 맞고 있는 엄마를 생각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선물이다.
시내와 시현이가 있어서 비마저도 내게는 자연스러웠나보다.
아직도 내 몸에 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이 냄새는 아이들이 준 선물이다.

..............................................................................200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