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시내와 시현이네

시내집 이야기14-눈아 내려라

2005.02.01 22:25

김경민 조회 수:456

눈아 내려라..
아침이 분주하다.
서두르지 않으면 유치원차를 놓칠 수 있으니 말이다.

바라기는 시내가 학교를 다니게 되는 삼월이면 소리를 그만 지르고 싶다.
시내가 알아서 모든 일을 척척하는 그런 상상을 해보지만,
그 일을 위해서도 내게 시간이 조금 필요할 듯 싶다.
아직은 내 손이 필요한 이 때를 충분히 누리며 감사하고 싶다.

늘 시내와 시현이 아랫배에서 삐죽 나와 나를 약올리는 내복도
케첩을 번벅이 된 아이들 입도
가끔 침으로 닦아 주어야 하는 딱딱하게 말라버린 눈꼽도
그리움이 될 것이다.
삼월이 되면 그 중 하나는 없어지거나 혹은 잊혀지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문세의 옛사랑을 들으며 글을 쓰니 이리도 능글능글 맞아진다.
제목은 '눈아 내려라'인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법도 하다.

바쁜 시간 속에서 아이들을 위한 축복기도를 하고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데 시내가 문 손잡이를 잡았다.

엄마 왈: 빨리 문열어. 차 놓치겠다. 얼른!!

그래도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문 손잡이를 잡고는 열어 주지 않았다.
그리곤 눈을 감고 뭐라 중얼 거린다.

시내 왈: 하나님 제발 눈이 내리게 해 주세요.

야속한 서울 하늘이 몇번의 눈을 보여주었지만, 시도만 하고 넉넉하게 뿌려주지 않아
우리 딸아이의 소원이 되었나 보다.
눈이 오면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좋아할 모습을 보니 나도 함께 기도문을 중얼 거려본다.
차이가 있다면 시내는 하나님이 들어주실 거라는 믿음으로
나는 상상으로도 족한 기분으로..
몇번을 중얼 거리더니 그제야 문을 확 열고는 눈을 뜬다.

............................

물론 눈은 내리지 않았다.

^^;;;

실망스러워할 아이를 생각하니 서울 하늘이 야속하다.
그치만...^^

시내왈:와~~ 세상이 하얗다. 눈을 안 내려도 세상이 하얗다.ㅋㅋㅋㅋㅋ

그리곤 뺑뺑 몇 바퀴를 도는 모양이 연극하는 아이 같았다.
시현이도 덩달아 뺑뺑 돌며 하얀 세상을 기뻐했다.

시내는
요즈음 아파도 하나님께 기도하고
무서워도 하나님께 기도하고
가지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리고 실제로 시내의 기도 턱을 많이 보고 있다.
기도의 맛을 알게 되어서 그런지 아주 사소한 일에 기도하는 시내가 기특해 보인다.

더군다나 기도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그 상황을 즐기고 포용하는 넉넉한 가슴이 있다는 것이 더 기특하다.
어른이 되어도 기도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실망하기 보다
하나님이 주신 그대로를 감사하고 기뻐하는 아이가 되길 기도해본다.
사랑한다. 시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