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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시내집이야기 15

2005.03.15 01:13

김경민 조회 수:481

아주 특별한 경험


시내는 2주를 꽉 채워 학교를 다녔고, 혼자서 용곡초등학교를 오고 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아이가 2주를 무사히 학교를 다니게 된 것 만으로도 감사를 드린다.

무슨 일이까.. 선생님으로부터 학교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청소를 하시러 오라는 말씀이셨다.
청소할 복장으로 학교에 도착해서 큰 창문을 통해서 시내를 찾아냈다.
이제 집에갈 채비를 하는 아이들은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시내는 짝궁이랑 둘이서 열 외가 되어 뒤어 붙여져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며 놀고 있었다.

에구  -_-;;

다른 엄마들과 아이들이 다 사라진 빈 교실을 청소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밝지 않은 인사를 건네신 후에
"시내어머님.."

내가 학생이였을 때도 그리고 한 아이의 학부모가 되었을 때도 선생님의 부르심은 늘 긴장하게 한다.

"사실은 시내 일로 말씀 드릴 일이 있어서 오시라고 했어요.."

앗!! 이게 또 무슨 말씀인가..

"시내가 제 말을 잘 안들어요. 아주 간단한 공부를 하는데도 다른 아이들은 다 끝내는데 시간을 끌어요. 할 수 없는 아이라면 도와주겠지만, 시간을 끌다가는 제가 재촉하는 소리에 금방 끝내거든요. 또 짝꿍이랑 속닥이고 장난치느라 제 말을 잘 놓쳐요. 둘이 사이 좋은 건 알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고 또 시내가 그런 행동을 하면 다른 아이들이 금방 따라 하거든요. "

드뎌 올 것이 왔다.
얼굴을 화끈 거리고 쥐구멍이 있음 달려가 얼굴이라도 들이밀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를 소개하면서 운동장으로 나갔는데 학교에 다니는 떠돌이 개를 발견하고 안으려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병균이 있고 더러우니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제 말을 듣지 않고 개를 안더니 '불쌍하니 교회 목사님께 돌봐달라고 할께요'라면서 개를 데리고 가려는 것 있지요. 그러니 다른 아이들을 제가 통제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색연필을 자꾸 안가져와서 그것도 학습에 방해가 되구요 "

네~~~~~네~~~~~네만을 연발했다.
만화영화 짱구 엄마가 된 심정이었다.
그 다음이 걸작이다.
청소하던 엄마가 갑자기 달려와서 선생님 책상을 닦는다.

"저~~~ 제 아이는 어떤지 고칠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데.."

선생님 흐뭇해하며..

"아유 **는 고칠게 전혀 없어요. 참 잘 적응하고 흠이 없어요."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시내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세상이 시내를 감당치 못하는 것일까 시내가 세상을 감당치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를 혼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런 심상치 않은 엄마를 느낀 걸까 시내는 날 보며 물었다.

시내왈: 엄마 무슨 일 있어. 왜 우울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코로 나오고 있었나 훌쩍이고 있었다. 울보 엄마..

엄마왈: 아니~~ 선생님이 시내 색연필 잘 챙겨주지 않는다고 혼내셨어.

그러자 땅바닥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 마디 던졌다.

시내왈: 선생님은 나를 혼내시지 왜 엄마를 혼내고 그러시지. 내가 잘못한 건데..

시내는 자신으로 인해서 엄마 아빠가 행복해지를 그 누구보다 원할 것이다.
지금 그런 소원이 조금 뒤로 미루어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자책하고 있는 것이다. 코인지 눈물인지 모를 엄마의 슬픔에 한 없이 미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혼낼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괜시리 아이를 흔들어 놓은 것 같다.

남편은 내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심하게 나무라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아이 편이 되어서 아이 스스로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았다.
그리곤 나에게 말을 건넸다.

" 우리 시내는 산만해. 하지만, 그런 아이들이 나중에 더 훌륭해져. 사회성이 너무 좋아서 짝꿍이 말시키는 것을 거절 할 수 없는 것이 뭐가 잘못이야. 2주 동안 본 것으로 아이를 함부로 판단하고 그걸 부모에게 여과없이 말해버리는 선생님의 능력이 부족해보여 난... 도대채 1학년 2주 동안 뭘 얼마나 기대하는 건지 모르겠군. 그리고 그런 것을 가르치라고 학교 보냈지. 난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아이들에 대해서 함부로 결론내거나 표현하지 않아. 선생님이라면 좀더 신중해야지."

무조건 선생님 말씀 들어야지..라며 나무랄 줄 알았는데, 남편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남편의 흥분이 떠난 빈자리에 남아서 고민해보았다. .
난 아이로 인해서 생긴 수취심을 실망감을 억제하지 못해서 흔들렸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떠나 작은 아이가 세상 속에서 첫 실패를 경험하는 순간에 아빠는 함께 있어주었다
변명이라 할지라도 시내가 하는 변명 하나 하나에 귀기울여 주고 믿어주었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에 한참 동안 흐느껴 울었다.

하나님 보시기에 나는 늘 기대를 져버리는 개구장이 학생이다.
하나님 보시기에 나는 늘 산만함으로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학생이다.
하나님 보시기에 나는 계획성 없이 일을 하다 넘어지고 실패하는 학생이다.
그래도 하나님은 나를 믿어주시고 기다려주신다.
앞으로 또 얼마나 이런 것을 경험할 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일이라 할지라도 우선 아이 말을 신중히 들어주고 믿어주리라 다짐했다

운동장을 떠돌아 다니는 개에 대한 측은함이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다면 불쌍한 강아지를 방관만 했겠지.
지금은 1-7반에서 가장 떠드는 시내와 시내짝꿍이지만,슈바이쳐와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길 기대한다.
시내의 부탁으로 그 개는 짝꿍의 집에서 목욕도 하고 리마리오 옷도 입고 집한채도 선물 받았단다.
이름도 초롱이라나..
두 산만하고 말 잘 듣지 않는 아이들 덕에 초롱이는 가족을 얻었다.

때로는 원칙보다 중요한 상황이 있을 때 과감하게 용기를 내신 예수님처럼 강아지를 외면하지 못한 시내의 모습은 이제 잘못이 아닌 따뜻함을 주는 오랜 추억이 될 것 같다.
나의 부족한 모습을 보게 해 준 남편이 한 없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