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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시내집 이야기 6

2004.05.04 00:14

폭우 조회 수:332

우리집은 길동에 위치한 원앙들만 산다는 그 동네다..

그래서 우리가 둥지를 내린 곳도 원앙빌라다.

작은 길 위로 무리해서 달리는 차를 빼고는 조용하고 살만한 곳이다.

원앙빌라 옆으로는 여러 가지 모양의 집들이 있는데

그 주인들은 알 수 없다.

원앙빌라 옆 길을 지나면 시내가 좋아하는 슈퍼가 있다.

시내의 하루가 시작되고 마치기 전에는 늘 다녀야하는 친근한 길이다.

오늘도 그 길을 시내와 지난다.

짧은 파마를 하고 머리카락의 대부분의 색이 하얗게 바랜 할머니가

큰 건물로 얼마남지 않은 햇볕을 맞기 위해서

웅크리고 앉아 지나가는 시내와 나를 보신다.

어제도 보았던 그 할머니다.

"아뇽.. 할멍닝"

역시나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모두를 알고 지내야하는 시내

가 먼저 할머니를 아는 척 했다.

"안녕만 하지 말고 이리좀 와봐~ 응~ 아가야..^^"

어쩐 일로 그 날은 토끼처럼 팔랑이는 시내에게 말을 거셨다.


나이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는 할머님의 주름과 옷차림은

시내에게도 그리 친근하지 않은 모습이다.

시내는 조금만 가면 보이는 슈퍼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그리곤 팔랑이며 슈퍼로 가려나했다.

얼마쯤 가다가 내 아이가 뒤를 돌아본다.

그리곤 팔랑거리며 할머니에게 다가간다.

가서는 두 손을 힘껏 벌려 할머니의 목을 감싸고

자기의 조그마한 얼굴을 할머니 얼굴에 대고 할머니를 안는다.

나는 아이의 몸짓에 놀라고 당황해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 -_-;"

그리곤 팔랑거리며 달려와 슈퍼로 내 손을 이끌면서

아이는 여러번 뒤를 돌아보았다.

시내의 눈에도 할머니에게 담사이로 흘러들어오는 햇볕만으로는 충분하

지 않다는 것을 안걸까?

"안녕 할머닝.. 안녕.."

고마운 아이..

나는 가끔 착각한다.

내가 공부하고 더 많이 삶을 이해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을

하나님께로.. 진리로.. 복음으로 인도해야겠다고..

그게 착각이라는 것을 무딘 삶 속에서 알게 되었다.

지금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의 무게만큼 다른 이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후에 더 많은 무게의 사랑을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

을 말이다.

시내는 그것을 공부하지 않고

배우지 않고서 조금씩 해내고 있다.

내 가난한 사랑은 언제 누구를 위해 숨겨두는 것일까..

나도 기꺼이 안을 한 사람을 위해서 겸손히 기도하는게 더 인간적일게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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