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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시내집 이야기 7

2004.05.04 00:15

폭우 조회 수:390

-소원-


저녁이 되면 큰 아이는 눈을 뜬채로
작은 아이는 알 수 없는 방언으로 저마다의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한다.
작은 아이는 이쁜 목소리로 혀를 꼬아가며 쉬지 않고 오늘 하루의 이야기를 쉬지 않고 하나님께 들려 드린다.
무서움이 많은 큰 아이는 자다가도 어두움 속에서 불쑥 나올 것 같은
괴물의 존재를 잊기 위해서라도 기도하고 잔다.

시내: 엄마.. 아흄 ㅠ.ㅠ; 기도하고 자자..
시현: 그래 시현이까 끼또 할께..(지가 공주인 줄 안다-_-)
시내: 내가 하자고 했으니 내가 먼저 할꺼야!
시현: 아니야. 시현이가 먼저 할꺼야!
시내: 아니야!!!!
.
.
.
(그리곤 계속 소리가 커졌다..)
.
퍽!퍽!
. ........... !ㅠㅠ! !ㅠㅠ!

두 녀석을 한 방에 보내버리고 말했다..
엄마: 시내 언니가 먼저 한당.불끈 @.@
시내: 하나님.. 오늘 우리를 행복하게 지내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시현이가 말을 안듣고 지 마음대로 하지만, 하나님께서 시현이를 말 잘듣게 해주시고, 내일은 욕심 안부리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엄마:으이그.. 싸웠다고 시현이 고자질만 하고 끝내냐? 시현이 너 해봐.
시현:하냐님! 근데, 언니가 시현이를 때렸어요. 근데 엄마가 시현이 때렸어요. 근데, 시현이는 산타할아버지께 선물 받아써요. 근데 시현이는 이뻐요. 아멘...
극심한 공주병을 심하게 앓고 있는 작은 딸의 마지막이 걸작이다.
역시나 하녀 출신의 시내와 나는 마음을 추스릴겸 음악을 틀었다.
요즈음 버릇처럼 음악을 듣고 잔다(아빠의 배려).

오늘의 찬양은 "소원"...

나지금은 비록 땅을 벗하며 살지라도
내 영혼 저 하늘을 디디며 사네
내 주님 계신 눈물 없는 곳
저 하늘의 숨겨둔 내 소망있네..
보고픈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나 많이 생각나
때론 가슴 넘치도록 기다려지는 곳
내 아버지 너른 품 날 맞으시는
저 하늘의 쌓아둔 내 소망있네..
주님 그 나라에 이를 때까지 순례의 걸음 멈추지 않으며
어떤 시련이 와도 난 두렵지 않네 주와 함께 걷는 이길에~~~

눈물이 난다.

그런 나를 물끄러미 보던 시내는

"엄마 하늘나라는 어떤 곳이야?"

나도 참 묻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인데 어찌 이야기해야 하나..

"시내야 하늘 나라는 노래 처럼 눈물도 없고 아픈 사람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고 모두 행복한 그런 곳이야.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마련해 놓으신 선물이야. 엄마랑 아빠랑 시내랑 시현이 모두 나중에 가는 곳이지."

시내는 다른 곳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미소를 머금으며 이야기한다.

"엄마 나도 하나님 계신 하늘 나라에 가고싶다. 빨리.."


" 그래 엄마도.. 그런데 하나님 계신 하늘 나라에 가려면 우리도 하나님께 드릴 멋진 선물을 가지고 가야지. 그러려면 여기서도 행복하게 살면서 멋지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하나님께 드릴 선물을 준비해야해."

진짜 진지하다.. 조금더 진지하면 도를 깨우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생각을 위한 몇초가 필요했을 뿐인데,

그 때를 놓치지 않는 우리의 작은 공주.

시현: 아니야!!! 시현이가 싼따 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았어.
시현이 최고. 시현이가 제일 이뻐!!

-_-;;;;

공주님의 한 마디에 무드 그저 깨지고, 우리는 곧바로 음악을 끄고 잠들었다. 잠을 자려는 우리들 노력 속에서도 끊임없이 시현이는 혼자서 대화한다.

시현: 시현이 이쁘지.. 근데 시현이는 선물 받았당. 근데 언니가 시현이 때렸당.. 아니야.. 근데.. 근데.... (참고로 시현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근데'다)

나는 아이가 하나님 나라에 가고 싶다고 우울해 하지 않는다.
얼마나 세상이 힘들었으면 아님 얼마나 가지고 싶은게 많으면 이라고 낙담하지 않는다. 아이는 아이일뿐 순간에 솔직하고 자신 속에 드는 감정을 소중히 여기기에 음악에 취해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에 취해 자연스레 감탄사처럼 말했을 것이다..
나도 시내가 생각하는 그런 하나님 나라에 가고싶다.
너무 아프고 힘들고 괴로운 사람이 많은 세상이 힘들어서가 아닌
순수하게 소망하는 그런 하나님 나라 말이다..

....................................the end 200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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