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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잃었던 시내 이야기 5

2004.05.11 10:57

폭우 조회 수:409

우리 집에는 나와 남편을 닮은 두 가이내가 있다.
하나는 쬐금하고
또 하나는 정말 쬐금하다.
두 마리가 되면서 집도 복잡아지고 보호와 통제가 억수로 어려워졌다.
그 중 쬐금한 놈이 요즘 갖가지 요상한 행동으로 운동을 한다.
운동기구는 정말 쬐금한 시현이.........

첫째, 베개로 우선 몸을 푼다.
방법: 시현이를 눌러서 최대한 몸을 푸세요.
둘째,팔운동을 한다.
방법: 시현이의 팔 다리를 정성껏 힘주어 죽는 힘으로 잡아 댕겨주세요.
셋째, 마무리 운동을 한다.
방법: (세심한 배려로 손가락 운동을 한다) 살이 까짱 많은 곳에 집중적으로 집어 돌린다.
이쯤 되면 고 녀석이 얼마나 우리에게 따돌림을 당할런지 상상이 갈게다.
왕따꿍이 되어도 궁둥이를 익도록 맞아도
이빨 사이에 침을 질질 흘리며 자신이 한 일에 뿌듯뿌듯해 하며 웃음을 던진다. ...
진짜 무서운 놈이다.
그런데 고런 짓 말고 기특한 일도 간혹한다.
밤에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된 기도를 숨쉬지 않고 돌아가며 시현이 기도까지 마치는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라는 단어외에는 모두 알 수 없는 방언이다.

어!느!날!
아뿔싸이!
그런데 고녀석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거나 짜증이 나면 대뜸 이렇게 외친다.
"햐냐님임...........!!"
엄마에게도..... 아부지에게도.... 지 라이벌시현에게도.....
그리고......이상하게 쬐려보는 아저씨에게도...
앗 움찌르르........
어느 순간 시내에게는 든든한 빽이 생긴 것이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우리의 용사.
그 이름 햐. 냐. 님.
지가 생각하기에 밤낮 엄마나 아빠가 중얼대며 기도할 때
"하나님 우짜고 저짜고"하니 하나님이라면 다 되는 줄 아는 것이다.
나중에야 어떻든 좋은 징조다.
사리 분별 못하고 오줌 질질 싸고 어처구니 없이 얼라일 때는
하나님이 무진장 관대하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가끔 이 쬐금한 가이내 때문에 내가 얼마나 하나님의 빽을 잊고 사나 자책한다.
시내가 자라면서 더 큰 아이로 내 뒤통수를 치기 전에 조용히 하나님을 만나 봐야 겠다.

하나님!
지금은 하나님이 시내에게 최고 인기이지만요 쬐금 지나면 피카츄에게 지실지도 몰라요.
왜냐면 피카츄 껌을 보며 탄식하면서도 이렇게 외치걸랑요.
"햐 냐 님!"

20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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