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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시내집이야기11

2004.06.06 18:50

김경민 조회 수:508

너가 나의 입장이라면...

시내집 여자들은 모두 머리가 길다.
둘째딸의 공주행세를 보면 머리로 시작한다.
바람이 불 때 머리를 휙 돌리며 약간의 미소로 바람을 꾸짖는 여유로운 왕족의 자태는 아버지를 쏙 빼닮은 듯하다.
머리가 허리에 닿을 정도로 치렁치렁 길어졌건만 자른다는 소리에는 얼른 도망가고 만다.
자르고 나면 이 짓을 못하니...  끙~~ +_____+

시현이 뿐만 아니라 시내는 또 어떻고...
아침이면 머리 스타일에 대해서 자주 부딪힌다.
내가 미용사도 아니고 원하는 스타일을 이야기하면 뚝딱 해낼 줄 아는 모양이다.
내참 기가 막혀서..

디스코머리로 땋은 스타일(하나로 양갈래로 옆으로 시작해서 그 반대편 옆으로 끝나는 스타일)
흑인들처럼 머리를 묶고 여러 가닥으로 땋은 스타일(하나 땋은 것, 두개 땋은 것, 세개... 등등-_-;;),
뒤로 묶은 스타일(완전히 위로, 중간쯤, 아주 아래로)..으악-ㅇ-
이것뿐이랴 머리를 푼 스타일은 또 어떤가?...
머리를 풀게 되면 머리띠로 모양내기을 내거나 핀으로 이마에 뽀인트를 주어서 박거나
아님 그냥 귀신처럼 이리 저리 바람따라 휘날리도록 내비두면 되는 스타일이 있다.

그 중에 엄마들이 제일로 치는 스타일은

단!발!머!리!스타일

헉헉!!!!!!!-__-

드뎌!~
주일날 아침.

시내: 엄마  오늘은 양 갈래로 묶어서 묶은 머리를 여러 갈래로 땋아죠.

윽!! 새로운 머리 스타일이다. 상상을 해보니 뱀이 머리에 가득한 매두사의 머리처럼 땋은 머리가
잔뜩 달려 있는 스타일이다. 생각만 해도 징그럽고 소름끼치다

엄마: 아이고 싫어. 내가 미용사냐. 그만 좀 해라. 그냥 묶어!!!!!!

시내: 싫어. 주일이니깐 제일 이쁘게 보여야지. 빨리 해줘. 엄마 그게 제일 이쁘단 말이야...
      빨리 해줘잉. 빨리 해줘잉.

..................-_-;;;;

내가 씩씩 거리며 해주는 소리가 들리는가?
머리를 묶고 여러 갈래가 아닌 두개만 땋기로 합의하고 머리를 끝낸 모양이 정말 촌스럽고 유치찬란했다.

엄마: 이런 머리가 정말 하고 싶니. 너무 유치하고 촌스럽잖아. 이게 뭐야.
      투덜 투덜.. 궁시렁, 궁시렁..

혼자서 씩씩 대며 궁시렁대로 있는 나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던 시내는 나즈막한 소리로 말을 했다.

시내: 엄마..엄마가 만약 내 나이이고, 내가 엄마라면 그 때에도 이 머리가 촌스럽게 생각되겠어.
      엄마도 아주 이뻐할거야. 정말..

뜨악 !!@ㅇ@;

에이쉬..
내가 대화하고 있는 녀석이 일곱살난 여자 아이 맞어?
지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라니.. 이 녀석 많이 컸네.
음.. 생각해보니 나두 하고 싶었던 머리 스타일은 많았는데 아버지와 함께 생계를 책임지시느라 바빴던 어머니의 툭박한 손은 늘 두 갈래로 땋은 머리만 만들어냈지. 나도 이 나이때 정말 매두사의 머리가 하고 싶었을까? ....

그러고 보니 우리 시내의 성격과 많이 닮은 머리 모양이 나왔네. 이쁘다.. 정말 이뻐보였다.

엄마: 그래.. 맞다. 시내야..

상담을 공부한다는 사람이 매일 남의 입장에 서는 것을 깜빡깜빡 잊고 사는 것 같다.
물론 내 딸이기에 객관성을 더 잃게 되지만, 딸아이 앞에 더 현명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미 온갖 고정관념과 선입견으로 채워져가는 내 마음을 조절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려고 하면
나는 무척 나와 많이 싸워야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아주 작은 아이 앞에 하늘처럼 큰 어른이 눈높이를 맞추고
이해하려한다면 아이는 더 자신감 있게 자신을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큰 딸에게 보인 어리석음을 회복하려고 작은 딸아이를 이해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엄마: 시현이는 어떤 머리를 하고 싶어? 언니처럼 이런 머리를 할까?

기대기대기대기대*^__________________^*

시현: 난 떼일러문 머리잉... 떼일러문처럼 똘똘 말아성 이쁘게 하는 머링^^
      그러니깐... 우짜고 저짜고.... 쫑알.. 쫑알...등등 ...이쁘게 해줘 알았쥐^^

우루루룩 ㅠ_ㅠ

마음이 무너지는 소리땜에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

떼일러문이라..으악!!

A ..E....sik............  

.....................................................2004년 6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