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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시현이 이야기 1

2004.06.09 02:53

김경민 조회 수:446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오늘은 진지하게 시현이 이야기를 좀 할련다.
이 홈피가 '시내집이야기'라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둘째설움을 가진 청년들의 아우성이 하두 커서
그리고 시내집이야기 시리즈에서 주인공을 시내가 다 휩쓸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시현이 매니아들을 위해서 말이다.

시현이는 지독하게 기억력이 좋은 녀석이다. 녀석에게 뭔가 기억될만한 짓을 하고 나면 하루 종일 아니 일주일 내내
그 일에 대해서 반성과 회개와 다짐을 반복해주어야만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시내가 어렷을 적에 비슷한 것을 경험했다.

앗!! ^^;; 또 다시 시내이야기가 될까봐 분개하는 사람들의 영상이....
시내도 딱지난 상처를 애지 중지하다가 딱지가 떨어져 나가도 그 상처가 있었던 곳을 정확히 찾아서 앓는 시늉을 하곤했다.
그러나 그 모양은 그런대로 아이답고 애교로 바줄만한 것이지만,
시현이가 보여주는 태도나 감정상태는 감당이 불감당이다.

월요일이면 시내집 가족들은 가족예배를 드린다.
예배라고 시작하지만, 늘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드는 시내와 시현이 덕에
형식없이 아주 리버럴한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런데 예배가 시작됨과 동시에 시현이의 방해공작(?)이 장난이 아니다.

아빠: 자 우리 예배를 시작하자.. 무슨 찬양 부를까?

시작을 알리는 아빠의 메시지가 시작되면 시현이는 땅바닥에 누워서 구르기 시작한다.

시현: 나 잠와. 시끄러웡... 나.. 잘꺼양...

구르다 못해서 베개를 가지고 오고 이불을 꺼내고는 정말 자려고 발버둥친다.
온갖 짜증, 이유, 앙탈로 일관하는 모습이 우리를 돌게 한다.
    
아빠:..................퍽!!.....나가!......꽝!

참다 참다 못한 우리의 마음을 다 실어 아빠는 나쁜 역할을 감당해내고 말았다.
방 밖으로 내몰린 시현이는 서러워라 엄청 큰 소리를 내며 울었다.

우리 모두다: 조!용!히!해!!!!!!!

시현:.............으!아!앙앙앙앙앙!!!

모두:............-_-;;;

다시 착한 아버지로 돌아온 아빠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시현이를 달래고 얼러본다.

멈추었다.

엄마: 이제 예배를 시작하자~~^^

시내: 엄마 엄마 예수께로 가면 불러요..네?

엄마 아빠:(시현이의 눈치를 보며)그래그래^^

모두: 예수께로 가면~~나는~~

노래가 조금 시작되었을까 노래를 부르다 시현이와 눈이 마주친 아빠에게 시현이가 노려본다.

아빠:^^;;;;

시현: 아빠 나 내쫓았지? 나만 미워하지? 으아앙!!!!

아빠:-_-;; 시현이가 예배를 안드리니깐 그렇지.. 자 이제 뚝하고 다시 시작하자..응?

시현: 아빠는 나만 미워해!!잉~~~~

예수께로 가면~~ 아빠 나만 마워해..ㅠㅠ~~ 그건 어쩌구 저쩌구^^~~~

반복
....
또 반복
........
또 반보옥
.........;;

어떻게 끝났는지 모를 가족예배...

예배가 끝난 뒤 시현이를 살피며 보상이라도 하듯 다독였다.

그러자!!!

아빠: 시현아 다음에는 예배 잘 드리자? 알았지. 우리 딸 사랑해

시현:...................

아빠:-_-;;;;

시현: 아빠 나 내쫓았지? 나 내쫗았지?(반복반복)

아시 아빠의 당황스런 설명과 부드러운 가르침...(반복반복)

그렇게 우리는 잠을 어떻게 이루었는지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

아빠: 시현아 잘 잤어?

시현:...........

아빠:-_-;;;

시현: 아빠 나 내쫓았지? 나 밖으로 내쫓았지?(반복반복)

아빠: 우이씨 ㅠ.ㅠ...(반복반복)

이것뿐이랴...어디..

시현이에게 미운털이 박히지 않도록 노력하라. 뒷통수가 뻐근할 때 시현이가 째려보고 있는 게 분명할테니.
가끔 시현이의 지독스런 기억력 때문에 부모로서 미안함과 자책감을 많이 느낄 때가 있다.
우리가 한 행동의 결과로는 너무 크지 않나 조바심을 내며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 안달하기도 한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시현이의 기억력으로 인해서 아빠는 더 많이 시현이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심어주고 또 아빠 스스로 확신하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시현이가 아빠에게 마음껏 분노를 발산하는 순간 그 분노는 더이상 아이 내면의 깊숙한 곳에 자리하지 못하게 된다.
분노조차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공간에 갖히게 되면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온갖 아픈 기억들이 잠기게 되고 원치 않는 상황 속에서 자제력을 잃고 거대한 에너지로 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빈마음에 사랑을 담아 주는 사랑의 창고이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지저분하고 아픈 기억들을 다 받아줄 수 있는 튼튼하고 거대한 쓰레기통이기도 하다.

아이야 ]
웃어라 온 세상이 웃을 것이요...
울어라 엄마 아빠가 함께 울 것이다....

......................................................................the end 200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