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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시내집 이야기 2

2004.05.04 00:12

폭우 조회 수:298

시내집은 여자들과 남자가 산다.
그래서 남자는 가치가 매우 참 억수로 높다.
그러나 여자들은 그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맨날 싸운다.
눈 뜨면서 시작된 싸움이 잘 때까지.....
덕분에 그 남자는 왕자병을 앓고 있고, 좀처럼 약이 들지 않는다.

어제도 시내집은 산책을 나갔다.
늘 그렇게 길을 가득 채우고 걷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의 바램을 아빠가 읽었을까.......
우리는 기분좋게 가족이라는 것을 과시하며 걸었다.
물론 시내가 아빠를 다차지하고 말이다.
그래도..
시원한 바람...
정말 좋다...
걷는 건 너무 낭만적이야....

그.....러......나....

"아빠아빠 아이스크림사줘"
"아빠아빠 아이스크림사줘"
"아빠아빠 아이스크림사줘"
.
.

또 시작이다.
저 반복적으로 지루하게 말하는 우리시내.-_-
시내는 요즈음 들어줄 때까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다.
화를 내도 안되고, 때리는 시늉을 해도 안되고, 도망을 가도 안되고.
귀를 막아도 들린다.

"시내야 아빠가 사줄테니 좀 가만히 있어"
"아빠아빠 아이스크림사줘"
"시내야 가만히 있으라니깐"
"아빠아빠 아이스크림사줘"
"그래 사줄께"
"아빠아빠 아이스크림사줘"

얼굴이 붉어지며 아빠는 걸음을 빨리했다.
왜냐하면 아차하는 순간 정신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게에 도착해서야 그 잘난 미소를 지으며 자기가 고른 쭈쭈바를 질컹빌컹 씹는다. 그리곤 조용해진다.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이다.
기냥 한 번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해도 우리는 사주었을텐데....
왜냐면 아무말 없이 주는대로 받아먹는 시현이를 보라!
그래도 그 녀석 그렇게 매달리고 고집부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살아있는듯 해 보기가 괜찮다.

나도 요즈음 지루한 짓을 한다.
나의 아빠에게....나의 하나님에게....
늘 듣는 기도겠지만,
하루는 더 목소리를 높여서....
하루는 양을 더 많이 해서...
하루는 울기까지 하면서....
하루는 투정을 부리면서까지.
가만히 있어도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들을 것이다.
그저 아무 소리 내지 않고있어도 말이다.
그러나 누구도 나의 하나님을 차지하기 전에
제일 먼저 나는 시내처럼 아빠의 존재를 확인하고 내 존재를 확인받고 싶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그랬고 그리고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하나님을 못살게할거다.

"아빠아빠 ......."

..........................................................the end

200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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