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정태춘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눈물 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
싸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비에 젖은 전단들이 차도에 한 번 더 나부낀다
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
너는 아직 내 젖은 시야에 안 보이고
무너져, 나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참한 내 운명에 무릎 꿇더라도
너 어느 어둔 길모퉁이 돌아 나오려나
졸린 승객들도 모두 막차로 떠나가고
그 해 이후 내게 봄은 오래 오지 않고
긴 긴 어둠 속에서 나 깊이 잠들었고
가끔씩 꿈으로 그 정류장을 배회하고
너의 체온, 그 냄새까지 모두 기억하고
다시 올 봄의 화사한 첫 차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내 영혼 비에 젖어 뒤척였고
뒤척여 내가 오늘 다시 눈을 뜨면
너는 햇살 가득한 그 봄 날 언덕길로
십자가 높은 성당 큰 종소리에
거기 계단 위를 하나씩 오르고 있겠니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 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 걷혀 깨는 새벽 길모퉁이 돌아
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나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 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 날 언덕길로 가마
우연히 듣게된 정태춘의 곡
역시 가슴을 건조하게하는 그의 음성이 좋다.
그가 부르는 생각도 좋고
이제 다시 부르는 긔의 희망도 좋다.
느닷없이 희망을 생각하다니
늘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데........
내가 가는 발걸음이 벌써 또 구태해졌나보다
나의 생활에 속상하고 불쌍하다니
건조할 수 있을때
성실할 수 있는데
성실하지 않으려며 아프기라도 해야는데
오늘
그리고 또 오늘
다짐이 아닌 조그마한 변화가 있어야겠다.
또 비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