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은 내게...
하덕규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저 산을 보고
그 산에 들면서도
산에서 배우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우리네
그 산에서 지으신이를 생각하지 못하고
그 산에 충만한 은혜를 기억하지 못하는 부족
흐르는 물
발을 담그고는
머리를 씻어내는 것은
선곳을 떠나서는 마음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