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사람을 넉넉하게
혹은 허허롭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저 그렇게 디기보다는
스스로 그것을 이루어가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박이도"선생님의 시
"武士의 노래"다.
武士가 칼을 잡는다
그때 차라리
나는 무형의 바람이기를
아니, 칼의 날이기를 바란다
물도 자르고 바람도 자르는
시퍼런 칼날이기를
아니, 나는
칼의 자루이기를 원한다
감정의 뿌리를 꼭 쥐고
오래 생각할 수 있는 자루이기를
뿌리 뽑을 수 없는 아카시아 나무같이
깊이 생각하는
아니, 아니
차라리 자갈이기를 원한다
아무나의 발부리에 채고
의연함 그대로인 자갈이기를
뽑힌 자루를 두고
빈 칼집에 恨을 담는다
물과 바람의 형체로
맞서는 武士이고 싶다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결국은 칼로 자를 수 없는
내 속에 있는 마음은
언제쯤 이기어 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