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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09:27

겨울을 지나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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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중에 대표적인 것이 수선화입니다. 아직 나무에 새싹이 나오지 않고 여전히 스산한 풍경일 때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교회 입구에도 매년 수선화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데 웬일인지 올해는 겨우 두개만 꽃을 피웠습니다. 아마도 어떤 이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 선배목사님 중에 이 수선화를 좋아하는 분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공부할 당시 봄에 들판에 가득한 수선화를 보고 마음을 위로 받았다고 했습니다. 봄에 수선화 화분을 사다가 꽃을 즐기다가 계속해서 잘 보관하여 겨울을 지났습니다. 그리곤 봄이 되어 꽃이 피기를 기다렸는데 웬일인지 꽃은 피지 않고 잎만 길쭉하게 자랐습니다. 그 해 봄이 다 가도록 결국 꽃을 볼 수 없었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수선화는 겨울을 지나야 꽃을 피운다고 한답니다. 수선화는 이름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자기를 사랑한 “나르시스”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토록 아름다웠기 때문일겁니다. 수선화는 봄에 꽃을 피우지만 꽃을 맺기는 겨울이 시작될 때라고 합니다. 가을이 자나고 구근에 꽃을 맺었다가 추운 겨울의 낮은 온도와 짧은 해를 지나면서 꽃을 피울 조건을 기다린답니다. 겨울이 끝나가고 해가 길어지면서 온도가 올라가면 비로소 품었던 꽃을 밖으로 피워 올리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겨울을 지나지 않으면 꽃을 피워 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정확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겨울을 지나야만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있고 이들에 대한 연구들이 있는 것을 보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꽃이야 하나님이 만드셔서 그 안에 계절과 시기를 알아가는 성질을 주셨고 그 만드신 분의 뜻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피워야 할 꽃을 피워 냄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일 겁니다. 나무와 꽃들이야 서로를 질투하거나 욕심을 부려 싸우고 실패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자기의 일을 하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들은 하나님이 만드시고 부르신 부름에 합당하게 살아는 것에 인색합니다. 내 욕심이 앞서고 내 생각이 앞설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은 나에게는 어떤 성질을 주셔서 만드셨을가를 생각해봅니다. 가끔은 키큰 나무처럼 꼿꼿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살아가는 모양이길 바랍니다. 다른 것에 눈길 주지 않고 하늘을 향해서만 손을 들고 사는 나무처럼 말입니다. 아니면 주변에 있는 나무들과 어울려 숲을 이루는 키작은 관목이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나를 앞새우거나 남들 위에 우뚝 서는 것이 아니라 서로 힘을 합해서 우리가 숲이 되는 사람이길 원합니다.

 

수선화를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이와 같이 겨울을 지나야 꽃을 피우도록 하신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늘 풍성한 열매를 달고 있으면 좋겠지만 과실수도 겨울이 지나고 새 잎을 내어 풍성해 질 때 비로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나를 풍성하게 자라게 할 때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새싹을 내는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겨울을 지나야만 하는 것처럼 속으로 깊어지고 말슴 안에서 성숙해 져가는 시간을 지난 그리스도인 만이 봄이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기도 하리라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면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의 아름다움을 봅니다. 변함 없는 나무와 숲의 모양과 넓은 호수와 바다의 넉넉함, 그리고 낮은 곳을 향해 끊임 없이 흘러가는 강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런 것들을 통해 가르치시고 말씀하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나는 시간이 겨울일 수도 있고 뜨거운 여름일 수도 있습니다. 그 어느 때이든지 그 때에 합당한 수고를 하며 필요한 은혜를 사모할 때 하나님이 부르신 부름에 합당한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우리를 지키시는 하나님 앞에서 오늘도 기쁨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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