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hikers-952535_960_720.jpg


캐나다 런던에 와서 살아온지 꽤 긴 시간이 흐르면서 사면으로 보이는 것이 거의 평탄한 지형입니다. 산이라고해야 Fanshawe Conservation Area 안에 있는 산책길이나 Komoka Provincial Park에 있는 언덕 정도입니다. 그외에는 거의 굴곡이 없이 그저 그렇게 이어진 땅이어서 산이란 것은 간혹 먼리 떠나는 여행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산을 볼 수 없으나 산을 오르는 것이 어떤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을 종주하면서 경험한 크고 깊은 산의 모습과 자주 가던 남한산성이나 검단산도 오르기에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걸음은 계곡과 숲을 지나면서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그러나 얼마지 않아서 다리는 아파오고 숨을 가쁘게 쉬게 됩니다. 언제 정상이 보일런지 올려다 보아도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적당히 오르다가 쉬고 내려가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한번 오른 산을 정상에 도착하지 않고 내려가기는 싫습니다.

 

기필코 정상에 오르고나면 눈이 시원해지는 풍경을 만나게 되고 그동안의 힘겨움을 잊을만큼 멋진 광경에 심취하게 됩니다. 거기서 시원한 물이라도 한잔 마시면 더할나위 없이 좋습니다. 예전에는 산에 갈 때마다 먹을 것을 싸들고 가서는 김치찌개에 밥을 먹곤했습니다. 그리곤 한두시간 찬양을 부르다가 내려옵니다. 마음을 위로하기도  하고 또 격려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에 앞으로 나갈 길을 고민하기에도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내가 올라가는 산은 내 눈에 결코 보이지 않는다. 어느정도 올라가서 만난 고갯마루에서 비로소 내가 올라온 산을 보게 된다.” 

 

올라가는 동안은 내가 오르는 산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정상을 보거나 내가 딛는 땅을 볼 뿐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올라서고 나면 한 고개에 서고 그곳에 서면 비로소 내가 올라온 길을 돌아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내가 오른 산이 어떤 모양인지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도 그런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동안에는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모습을 다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목표하는 곳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비로소 내가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렇게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나의 인생이 되고 내가 오르는 삶의 목적지가 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도 그러합니다. 아니 조금 더 그러합니다.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며 그리스도인으로 애를 쓰지만 나의 신앙과 믿음의 길이 어디쯤에 있는지를 잘 알기 어렵습니다. 늘 부족하고 늘 연약한 모습일 뿐입니다. 이렇게 가다가 어디로 가게 될것인지가 걱정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삶이 끝이 날때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지난 삶의 시간을 돌아보며 하나님 앞에서 계산하게 될 것입니다.

 

돌아보며 살아온 시간들이 나의 인생이 되고 나의 신앙고백이 됩니다. 연약했지만 그래도 하나님을 의지하려고 애쓴 순간의 기록이 나의 믿음의 고백이 될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기를 소망한 시간들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의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걸음을 걷고 있습니까? 우리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내가 걷는 내 삶의 시간이 버겁고 힘겨울찌라도 오늘 하루를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를 애쓰는 순간 우리 인생은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모양으로 그려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결국을 아십니다. 우리는 그 결국을 살아 갑니다. 

 

가능하다면 오늘 내가 걷는 길이 내 인생의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는 시간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1. 기억상실증에 걸린 신데렐라

    10여년도 전에 칼럼으로 쓴적이 있는 내용입니다. 마이클 그리피스라는 신학자가 쓴 책중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교회”라는 것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이 책의 영문 원제목은 “Cinderella with amnesia”입니다. 신데렐라를 아시나요?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책 속...
    Date2023.12.26 By폭우 Views25
    Read More
  2. 마지막 고백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학자이자 뉴욕 리디머교회를 개척하고 사역했던 티모시 켈러(Timothy Keller)목사님은 지난 2023년 5월 19일 72세의 나이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습니다. 그는 약 3년 간 췌장암으로 고생했지만, 암이 그의 기도 생활에 혁명을 일으켰...
    Date2023.07.05 By폭우 Views28
    Read More
  3. 4분 33초

    1952년 8월 29일 미국 뉴욕 우드스톡 야외공연장에서 현대음악가 존 케이지의 연주곡이 초연을 했습니다. 그 제목은 이후에 초연의 길이를 가지고 붙이게 된 “4분 33초”입니다.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였습니다. 공연은 연주자가 들어와 피아노에 ...
    Date2023.06.29 By폭우 Views28
    Read More
  4. 시간을 보는 자리

    우리가 살면서 참 자주 하는 말중에 하나가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봄인 것 같더니 어느새 여름을 지나고 얼마지 않으면 겨울이 올것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앙상했던 가지들이 풍성한 잎으로 가득하고 아름답게 피었던 꽃들이 시들어 가는...
    Date2023.06.29 By폭우 Views24
    Read More
  5. 아직은 언덕을 오르는 시간

    캐나다 런던에 와서 살아온지 꽤 긴 시간이 흐르면서 사면으로 보이는 것이 거의 평탄한 지형입니다. 산이라고해야 Fanshawe Conservation Area 안에 있는 산책길이나 Komoka Provincial Park에 있는 언덕 정도입니다. 그외에는 거의 굴곡이 없이 그저 그렇게...
    Date2023.06.29 By폭우 Views24
    Read More
  6. 겨울을 지나 피는 꽃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중에 대표적인 것이 수선화입니다. 아직 나무에 새싹이 나오지 않고 여전히 스산한 풍경일 때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교회 입구에도 매년 수선화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데 웬일인지 올해는 겨우 두개만 꽃을 피...
    Date2023.06.29 By폭우 Views2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76 Next
/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