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시내와 시현이네

시내에게는 사춘기 시절이 좀 길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높은 곳을 기어오르기 시작과 동시에 시내의 사춘기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자기 스스로 어딘가를 갈 수 있는 시기가 오자 높은 곳은 전부 정복하고야 마는 시내의 성품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조그만 발과 손으로 기어오르고 매달리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대견하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위만을 바라보는 동그랗고 까만 눈이 마치 우리 부부의 미래를 환하게 밝혀줄 것 같은 '야망'처럼 느껴졌습니다. ㅋㅋ
그런데 문제는 정복하지 못하는 아슬한 그곳을 향한 실망을 드러내는 아이의 마음도 만나야 했습니다.
앞만 향해 질주하는 아이 앞에 무심하게 서 있는 벽들 앞에 한참 서서 고민해야하는 순간도 있었고
잡아주는 손만 바라보다가 발이 헛딛어 떨어지는 아픔도 겪어야했습니다.
아예 안되는 곳이라며 시도도 하지 못하게 막는 어른들의 강함 속에 마음을 삭여야했습니다.
그렇게 사춘기는 걸음마와 함께 시작되었고 최근까지 겪어야했습니다.

조그만 아이가 오르고 싶어하는 단순한 높은 곳 에서 한 여성이 되어가는 소녀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높은 곳을 오르려고 했습니다.
세상이 만든 미의 조건이라는 높은 곳을 향해 ...
세상이 말하는 성공과 부라는 높은 곳을 향해....
또 친구관계.. 교회... 부모...
시내가 올라보고 싶어한 곳들이 제 눈에 선명하게 보였고 순간적인 만족감에 같이 기뻐했고 또 갑작스럽게 찾아온 실패와 실망감에도 함께 울었습니다.
참 열정적이고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품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낳고도 17년을 겪으면서 순간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시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내왈: 엄마..난 내가 특별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어렷을 때부터 '난 특별한 사람이야.. 난 꼭 뭔가 특별하고도 위대한 일을 할거야' 라고 생각했어요.
외모도 다른 사람보다 특별하게 예쁘고 싶었고
직장도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로 돈을 벌고 부자로 살고 싶었어요.
친구들도 모두 나를 당연히 좋아할 거라 생각했고
괜찮은 친구들을 내 주위에 가득 두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할 때는 늘 실망할 일이 많았어요.
외모에 대한 불만도 끊이지 않고 친구들 땜에 실망하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관심을 두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을 생각하느라 공부에 흥미도 없어지고...
그래서 난 아무 것도 아닌 사실 아무 것도 해놓은게 없고 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너무 우울했어요.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엄마 이상해요.
그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더이상 다이어트 땜에 나를 괴롭히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을 가질 것을 생각하니 공부하는게 힘들지 않아요.
친구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으니깐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편해져요.
지금이 너무 편안하고 행복해요.

차 안에서 시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가슴에 맺히는 것을 느꼈다.
왜이리 사춘기를 심하게 겪을까 싶을 정도로 굳이 부딪히고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하고 관계와 신앙안에서 다툼과 갈등을 선택했다.
가능하면 벽을 만나지 않기를 넘어져 다치지 않기를 거센 힘들과 갈등하지 않기를 바랬기에
쉬운 길을 가라고 피하라고 내려오라고만 손짓하고 마음 아파했다.
그런 아이가 벽을 만나 주저하고 상처로 인해 마음 문을 닫고 거센 힘 앞에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서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상처받은 이를 생각하고 다툼이 아닌 기다릴 줄 아는 아이로 자라고 있음을 표현해 준 것이다.
마치 '엄마 안심해..나 잘 가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세상 속에서의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중이라 축복하고 싶다.
예수님처럼 자기 존재의 특별함을 내려놓고 온 세상의 죄를 지고 낮아지고 낮아지셔서 많은 이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신 것처럼 말이다.

찬 안에는 누르면 나오는 CD가 있다.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그 중에 한 찬양에 시내가 마음을 뺐겼다.
그 찬양이 자기 마음을 표현했으리라...

소원

삶의 작은 일에도 그 맘을 알기 원하네

그 길, 그 좁은 길로 가기 원해 나의 작음을 알고, 그분의 크심을 알며 소망, 그 깊은 길로 가기 원하네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 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내 가는 길만 비추기 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 준다면

내가 노래하듯이 또 내가 얘기하듯이 살길 나 그렇게 죽기 원하네

사랑, 그 높은 길로 가기 원하네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 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내가는 길만 비추기 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 준다면

내가 노래하듯이 또 내가 얘기하듯이 살길 나 그렇게 죽기 원하네

삶의 한절이라도 그분을 닮기 원하네 사랑, 그 좁은 길로 가기 원하네 그 깊은 길로 가기 원하네 그 높은 길로 가기 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