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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엄마 짜장밥~~짜장밥~~짜장밥~~짜장밥~~짜장밥~~짜장밥

한번 뭔가를 요구하면 계속 반복하는 버릇은 여전하다.

으이구.. 내가 죽지 죽어.
햐얀 면 위에다 까만 짜장을 얹어주니 세상을 다 얻은 아이처럼 잘도 먹는다.

그 산만함이 어디 가겠는가? 갑자기 밥과 전혀 분위기가 맞지 않는 질문을 냉큼 던진다.


시내왈: 엄마 예전에는 이곳을 빨리 떠나서 다른 곳으로 갔으면 할 정도로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이나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아.

그래도 만약 내가 정말 힘들어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자고 한다면 이사해줄거야.


뭔 말이 하고 싶어서 이렇게 서두가 기신지..

요즈음 시내 머리가 얼마나 굴리기를 잘하는지 마음을 놓고 들으면 속는다.

슬픈 모드로 몰고가는 것이 동정표를 얻으려는 듯 하기도 하고, 대체 뭐지?

생각해보니 4학년이 되면서 시내의 숙제가 너무 많아졌다.

3학년때 발음도 어려운 미스터 르빼아~~ (벌써 세번째 지우고 다시 쓴다)선생은

널널하기 짝이 없어서 숙제도 NO, 시험도NO 였다.

도대체 무엇으로 성적표를 채울까 몹시 궁금했을 정도로..

그런데 4학년이 되자마자 넘치는 과제와 시험이 산처럼 쌓였다.

그 동안 놀았으니 당연하다 싶다가도 어린 것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4학년이 주는 시험과 과제의 부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엄마왈: 글쎄다. 이사가면 해결될 수 있을까..

엄마가 이야기 하나 해주마. (시내는 병원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 순간 머리를 짜냈다)

어떤 사람이 우연히 병원에서 종합진단을 받다가 암이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어.

평소에 감기 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암이 있다는 사실을 믿기가 참 어려웠지.

의사는 빨리 치유하면 생존 확률이 80%나 된다고 했어.

하지만, 자신에게 암이 생겼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던 그 사람은 자신에게 암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줄 병원을 찾아다녔지. 그러면서 생존확률은 60%에서 40%로 30%로 점점 희박해졌어.

이미 그 사람의 몸에는 암이 퍼질대로 퍼졌고 이제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되었지.

이미 병원들 사이에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해졌어. 도대체 아무리 설득해도 자신에게 암이 있다 는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 고집불통의 사람으로 말이야.

마지막으로 찾아간 병원 원장은 그 사람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어야겠다고 작정한 것이지.

“당신의 암은 벌써 자연치유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안정을 취하시면 됩니다”

자 이제 그 사람은 만족할만한 대답을 들었으니 괜찮아졌겠지? 모든 문제는 해결되었으니깐.

그런데 그 병원원장을 막 욕하고 나가버렸대. 자기에게 암이 있는데 제대로 보지 못하는 멍청한 의사라 고 말이야.


시내왈: 이상한 사람이다.. 자기가 원하는 말을 해줘도 욕하구.

그 사람은 이제 죽겠네. 빨리 치료하라고 했을때 했으면 나았을텐데..


엄마왈:그러게. 그 사람은 자기가 암에 걸렸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야.

시내가 얼마나 힘든지 엄마가 안다.

영어도 어렵고 숙제도 많고..

그렇다고 이 사람처럼 이건 피하고 싶어 내게 아니야라고 말하면 점점 병만 깊어지는거야.

차라리 내가 싸워서 이겨야지. 별거 아니야라고 생각하고 한번 해보면 다시는 시내에게 덤비지 않아.

다른 학교에 가면 시험이나 친구, 숙제 같은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여전히 있단다.

여기서 못하면 다른 학교에서도 못해.


시내왈:............................

우와 뭔가 은혜를 받고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 딸을 보라.

기대~~기대~~~만땅


시내왈: 근데.. 그 사람 죽었어? 실화야? 진짜로 그런 사람 있었어? 뻥이지?


엄마왈: @.@ 부르르...관두자. 내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너에게 은혜 끼치는 말을 해.


시내왈: 엄마.. 그래서 말이야. 내일 불어 시험말이야. 나는 참 잘하고 싶은데 혹시 B 나오면 어떻게해.



엄마왈: (우아하게) 최선만 다 하면 되지..


시내왈: 그래도 성적이 안좋으면 엄마가 실망하고 기분이 않좋잖아. 내가 성적 잘못받아도 봐줄거야.


그래 이거였다. 이 여우봐라~~역시 내일 볼 시험에 대해서 미리 작전을 짜는 것이다.

엄마가 어떤 결과에도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머리를 최대한 쓰고 있는 것이다.

역시 탁월한 놈... -_-;;;


엄마왈: 그래 최선을 다해라. 그래도 점수가 좋지 못하면 야단은 맞아야지.

잘 못받고는 기분도 좋으려고 하면 너무 편하게 가자는 거 아니냐? 응~~ 너가 이럴 줄 알았다. 
공부 해!! 푹~~~(머리 꿀밤 주는 소리) ㅠ.ㅠ
시내왈: 알았어. 한다고...

남편은 늘 내게 직접적인 교훈을 주는 동화나 이야기는 속이 뻔히 보여서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난 아이들에게 꼭 그런 동화나 이야기를 들려준다.

뭐 작품성은 없어도 엄마의 마음은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시내야.. 엄마 마음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