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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와 시현이네

시내집이야기 27- 벌과 친해지기

2006.09.14 09:59

김경민 조회 수:589

나는 벌이 싫다.
싫은 것을 나열하라면 벌만이랴..
내 주위를 맴돌며
날아다니는 것까진 좋다.
그러다 팔이라도 뻗어
저와 나 사이 거리감을 조정하려하면
어느 틈엔가 나도 모르는 내 약점을 찾아 쏘아대니 말이다.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는 줄 벌은 알까..
꽃과 그림이 맞춰지면
더 없이 아름다운 영상이 나오는데,
음료수통을 들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날아다닐테면
벌은 더이상 정겹거나 아름답거나 하지 않다.

꼭 그 모양이 사람꼴 같아 싫은 마음이 더하다.
내 모양도 그러하고 네 모양도 그러하다...
너와 내가 만나는 것이 아닌
나와 너의 그 무엇과의 만남은
진정한 깊이의 만남을 이루지 못하게하고
결국은 무의미하게 흔드는 손에 이는 바람에도 화를 내고
약점을 찾아 마구 쏘아대는 것이 사람사는 모양이다.

내 주위에도 거리감을 주고 싶어 손을 흔드는데도
날아들어 내 주위를 윙윙 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내게 있는 그 무엇인지 아님 나인지가 헛갈리게한다.

교회 청년부들과 모처럼 식사자리를 만들었다.
고기를 굽고 음료수를 날라 멋들어진 밥상을 차려놓았더니
냉큼 고놈의 벌이 한자리 차지한다.
윙윙 날라대는 벌이 얼마나 성가신지...
거기에다 작은 놈이 발산하는 위력에 여자 아이들은 정말 이런 낭패가 없다.
소리를 꽥꽥 지르는 한 언니를 유심히 보더니 시현이가 말한다.

시현왈: 언니 벌이 무서워? 벌이 싫어?
언니왈: 응.. 언니 벌이 무섭고 싫어.

작은 아이가 위로하듯 물어오는 말에 정성스레 말해준다.
저는 뭐 벌이 싫지 않나..
뭔 말을 하려고 저러나...

시현왈: 그럼.. 내가 벌이 안무섭게.. 싫지않게하는 방법 알려줄까?

엥~~~ 이건 또 뭐야???

언니왈: *^^* 엉???? 그게 뭔데??? 시현아..
시현왈: 응... 그건 벌이랑 친구하는 거야. 벌이랑 친구하면서 친해지면 이제 벌이 안무서워. 안싫어.
언니왈: 어~~~~~~그래 -__-;;;;;;;;;

벌이랑 어떻게 친구를 하니??
난 벌이 끔찍히도 싫은데, 어떻게 벌과 친구하니???

내 마음이 작은 벌 하나 가지고 흥분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와의 간격을 좁히라는 시현이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아이에게 벌이 좁혀야할 관계라면
내겐 사람일 것이다.
그것도 무지 싫은 사람들 말이다.

나는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금방 그 독소가 내몸에도 퍼져 같은 냄새를 내기때문이다.
또 다른 이들을 비판하고 그 말을 내게 옮기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해보지도 못한 사람을 싫어하게 만드니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공격한다고 여기는 피해의식속에 사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젠가 나도 그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기에 그와의 관계는 늘 불안하다.

그래서 끔찍하게 싫은 사람이 생기면 그를 밀어내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를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작은 존재였던 그가
거대한 존재가 되어 다시 내 주위를 맴돌게된다.
결국 나는 그에게서 자유로워지지 않게 된다.

벌이 나를 쏘는 것에도 불구하고 벌을 친구하기로 한다면 더이상 벌이 싫지 않겠지.
하기 싫지만 벌과 친구해보련다.
내 주위를 윙윙 날아다녀도
머리가 쭈뼛해지지 않고 달아나지 않도록
아예 벌과 친구하련다.
몇 번의 쏘임이 있더라도 말이다.